행복한 돼지 웅진 세계그림책 8
헬렌 옥슨버리 글 그림, 김서정 옮김 / 웅진주니어 / 200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50



어디에서 무엇을 할까

― 행복한 돼지

 헬린 옥슨버리 글·그림

 김서정 옮김

 웅진닷컴 펴냄, 2001.10.25.



  아주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서 삽니다. 도시에서 살 만하기에 도시에서 살 수 있습니다만,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 스스로 ‘도시가 살 만하다’고 느낄는지 아리송합니다. 왜냐하면, 도시에서 온갖 사건과 사고가 끝없이 터질 뿐 아니라, 갖가지 아프거나 슬픈 일이 자꾸자꾸 불거지기 때문입니다. 아주 많은 사람이 모인 도시에서 사람들이 서로 돕거나 아끼는 모습을 보기보다는, 서로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모습을 더 자주 마주하지 싶어요.


  더군다나, 도시에는 깨끗한 물이나 바람이 없습니다. 도시에는 싱그러운 숲이나 들이 없습니다. 도시에는 조용한 이야기나 포근한 볕이 없습니다. 눈부신 달과 별이 도시에 없고, 아름다운 구름과 무지개가 도시에 없어요.


  풀벌레 노랫소리나 개구리 노래잔치가 도시에 없습니다. 나비춤이나 잠자리춤이 도시에 없습니다. 제비 날갯짓이나 박쥐 밤노래가 도시에 없어요. 그야말로 도시에는 기계문명과 물질문명만 가득합니다.



.. 뒹굴뒹굴 서늘한 진흙탕도 있고, 예쁜 꽃 가득한 들판도 있고, 꾸벅꾸벅 낮잠 잘 잔디밭에다, 수군수군 얘깃거리 넘쳐나는데 ..  (5쪽)





  도시에는 대통령이 있습니다. 도시에는 국회의원이 많습니다. 도시에는 똑똑하다는 사람이 잔뜩 있습니다. 출판사와 책방과 극장과 갖가지 쇼핑센터가 도시에 줄줄이 있습니다. 도시에는 의사와 변호사가 많고, 도시에는 공무원도 교사도 교수도 많아요. 도시에는 인문학이 있으며, 도시에는 문화강좌와 대학교가 많습니다.


  그런데, 도시가 크면 클수록 군대도 큽니다. 도시가 크면 클수록 경찰이 늘어납니다. 도시가 크면 클수록 공장과 발전소가 커지고, 도시가 크면 클수록 고속도로와 시외버스가 늘어요.


  무슨 일을 해야 하기에 도시에는 이토록 많은 사람이 몰려야 할까요. 무슨 일이 보람이 있기에 도시에는 이다지 많은 사람이 북적거려야 할까요. 사람이 많으니 돈이 될 일도 많은 셈인가요. 돈이 될 일이 많으면 ‘살아가는 즐거움’이 큰가요. 돈이 될 만한 일을 붙잡아 사랑이나 꿈을 한껏 키울 수 있는가요.




.. 나가라고 소리치던 은행장은 상자를 보자 약삭빠른 여우처럼 눈을 반짝였어요. 브릭스가 진귀한 보물이 든 상자를 열자 은행장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죠 ..  (13쪽)

.


  헬린 옥슨버리 님이 빚은 그림책 《행복한 돼지》(웅진닷컴,2001)를 읽습니다. 이 그림책에는 돼지 두 마리가 나옵니다. 시골자락에서 숲을 누리면서 노니는 돼지인데, 이 돼지 두 마리는 시골살이가 아늑한 줄 알면서도 즐겁다고는 여기지 않습니다. 시골살이가 홀가분한 줄 알면서도 재미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골 돼지 두 마리는 시골살이를 썩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루 빨리 도시로 떠나고 싶습니다.


  돼지 두 마리는 도시에 가고 싶지만, 도시로 가려면 있어야 할 돈이 없습니다. 돈이 없으니 손가락을 쪽쪽 빨면서 ‘어떻게 하면 돈이 생길까’ 하는 꿈을 꿉니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을 보면서도 돈 생각이요, 푸른 들과 싱그러운 바람을 쐬면서도 돈 노래입니다.


  오직 돈과 도시만 바라던 돼지 두 마리한테 어느 날 돈이 찾아옵니다. 참말 돼지 두 마리는 어마어마하다 싶을 큰 돈을 손에 쥡니다. 이제 뜻대로 도시에서 살 수 있겠구나 여기면서 시골을 박차고 떠납니다. 이제부터 멋진 도시살이가 펼쳐지리라 여기면서 잔뜩 멋을 부리고 값비싼 옷과 자동차와 집과 기계문명을 장만합니다.




.. 브릭스가 문을 열어 보니, 세상에, 이게 웬일! 새 요리 도구들도 덩달아 말썽인 거예요. 베르타는 훌쩍훌쩍, “정말 끔찍한 날이에요! 하루 종일 일하느라 놀 틈이 없었어요!” ..  (26∼27쪽)



  어린이와 함께 읽는 그림책 《행복한 돼지》는 어떻게 끝날까요? 시골을 떠나 도시에서 신나게 살아가는 돼지 이야기로 마무리를 지을까요?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간 ‘부자 돼지’가 다시 시골을 그리면서 도시를 박차고 떠나는 이야기로 마무리를 지을까요?


  아이들한테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즐거울까 궁금합니다. 아이들은 어떤 이야기를 들으면서 꿈과 사랑을 키울 만할까 궁금합니다.


  돈을 많이 벌도록 이끌면 아이들이 즐거울까요. 이름을 널리 떨치도록 가르치면 아이들이 아름다울까요. 권력을 거머쥐도록 부추기면 아이들이 사랑스러울까요.


  그림책 《행복한 돼지》를 장만해서 아이한테 읽힐 어버이는 아마 거의 모두 도시에서 살아가리라 봅니다. 시골에서 살며 이 그림책을 장만해서 아이한테 읽힐 어버이는 거의 없으리라 봅니다. 이 그림책을 읽은 아이들은 무엇을 느낄까요? 도시에서 태어나 자라는 도시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시골살이’와 ‘도시살이’가 무엇이라고 느낄까요? 시골을 겪은 일이 없고, 시골을 제대로 본 일이 없으며, 도시에서도 학교와 학원과 집 울타리에 갇힌 채 시험공부만 하는 도시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어떤 마음밥으로 삼을 만할까요? 우리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 사람이며, 아이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 사람으로 자랄까요? 4347.10.2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