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71. 함께 이루는 빛



  사진 한 장에 빛을 담으려 한다면, 이 빛이 무엇인지 제대로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사진빛이란 겉훑기가 아닌 속읽기이기 때문입니다. 속을 읽어서 찍는 사진이란 내 마음을 찍는 일이요, 내 마음을 찍는 일이란 내 삶을 스스로 즐겁게 가꾸는 길입니다. 삶길이 마음길이 되면서 사진길입니다. 삶빛이 마음빛이 되면서 사진빛이 됩니다. 삶사랑이 마음사랑이 되면서 사진사랑이 되어요.


  꾸밈없이 바라볼 뿐 아니라,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제대로 바라볼 뿐 아니라, 사랑을 담아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올바로 바라볼 뿐 아니라, 슬기롭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사진은 ‘작품’이나 ‘예술’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삶이 마음이 되어 사진으로 드러나니, 사진은 늘 삶이면서 마음입니다. 사진작품이 아닌 ‘사진삶’을 이웃과 나누고, ‘사진예술’이 아닌 ‘사진마음’을 찬찬히 살찌우거나 북돋웁니다.


  사진을 찍을 적에는 늘 한 가지를 되새깁니다. 사진에 깃드는 빛을 누구하고 함께 일구는가 하는 대목을 되새깁니다. 나 혼자 빛을 이룰까요? 나와 함께 있는 이웃이나 동무나 한집 살붙이하고 빛을 이룰까요? 사진으로 찍히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사진으로 찍을 사람은 누구인가요?


  사진 한 장은 씨앗 한 톨입니다. 사진 두 장은 풀잎 두 장입니다. 사진 석 장은 꽃송이 셋입니다. 사진 넉 장은 봄날에 찾아오는 제비 네 마리입니다. 사진 다섯 장은 가을에 영그는 감알 다섯입니다. 빛이 태어나는 삶을 읽어야 빛을 담는 따사로운 손길을 알 수 있습니다. 4347.10.2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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