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호박이 굵는다



  씨앗을 따로 심지 않아도 호박넝쿨이 이곳저곳 뻗는다. 참 대단하지. 호박은 작은 씨앗 하나에서 아주 큰 열매를 맺는다. 우리가 호박씨를 이곳저곳에 뿌리기는 했는데 이 가운데 몇 아이가 깨어났지 싶다. 이 아이들은 주렁주렁 열매를 내어, 뒤꼍을 드나들 때마다 빙그레 웃음짓도록 즐거움을 나누어 준다. 햇볕을 잘 먹으렴, 통통하게 잘 여물렴, 하고 살며시 쓰다듬으며 말을 건넨다. 아이 머리통만 하게 자란 잘 익은 호박 하나를 따서, 먼 데서 찾아온 손님한테 선물로 준다. 갓 딴 호박을 썰어 된장국이나 미역국을 끓이면 얼마나 맛날까. 소금으로 간을 하고 호박국을 끓여도 매우 맛있다. ‘우리 집 호박’을 손수 따서 ‘내 손으로 호박국을 끓이’면, 이 국맛은 온누리 어떤 국맛하고 비길 수 없을 만큼 구수하면서 시원하다. 가으내 호박국으로 기운을 얻고, 겨우내 호박지짐으로 노래를 부른다. 4347.10.2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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