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78] 고속도로 쉼터 팥빵



  부산에서 고흥으로 돌아가는 시외버스는 ㅅ쉼터에서 한 차례 멈춥니다. 시외버스를 모는 일꾼도 고단하고, 시외버스를 타는 손님도 고달프기 때문입니다. 15분 쉬는 동안 버스에서 내려 기지개를 켜고 뒷간에 가서 쉬를 눕니다. 아침부터 아직 아무것도 안 먹습니다. 싱싱 달리며 흔들리는 버스에서 속이 쓰릴 듯하기 때문입니다. 마침 고속도로 쉼터에 들른 김에 무엇 하나 재미난 먹을거리 있으면 살까 싶어 둘러보다가 ‘호두과자’를 큰 꾸러미로 장만합니다. 고흥집에 닿아 밥상에 풀어놓으니, 곁님이 먹으면서 “호두과자에 호두가 없어.” 한 마디 합니다. 어라, 그런가, 하고 한 점 집어서 먹으니 참말 팥소만 있고 호두는 작은 알갱이조차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아이는 ‘동글팥빵’이지, 호두과자일 수 없습니다. ‘호두맛 과자’조차 아닙니다. 고속도로 쉼터는 길손만 마주하기에 호두과자 아닌 팥빵을 팔았을까요. 고속도로 쉼터는 우리가 다리쉼을 하면서 느긋하게 들를 즐거운 곳이 되기는 어려울까요. 4347.10.2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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