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에 왔지
이틀쯤 바깥일을 볼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찻삯이나 여관삯이 모자랐기에 하룻밤만 부산에서 보내고 고흥으로 돌아온다. 하룻밤만 바깥일을 보고 돌아오자면, 시외버스에서 무척 오래 엉덩이를 지지고 앉아야 하니 고단하기는 한데, 하루 만에 시골집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새롭게 기운이 난다. 맑은 바람을 마시고 싱그러운 물을 누릴 수 있는 우리 보금자리가 즐겁기 때문이다.
집에 닿아 선물꾸러미를 내려놓고 가방을 푼 뒤 비로소 씻는다. 시골집에서 온몸에 끼얹는 싱그러운 물맛과 물내음이란.
고즈넉한 시골집 둘레에서 퍼지는 가을 풀벌레 노랫소리를 듣는다. 두 아이는 밤이 깊어서야 똥을 눈다. 등허리가 결려 쉬고 싶지만 두 아이 똥을 치우고 밑을 닦는다. 조용하면서 살가운 바람이 분다. 집에 왔다. 4347.10.20.달.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