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 글쓰기



  나는 글 한 꼭지를 쓸 때에 몇 분이 걸리는가? 글감에 따라 다르지만, 글감보다는 내 마음에 따라 다르다. 내가 스스로 마음을 한껏 그러모을 수 있으면, 원고지 열 장짜리 글을 10분에 쓸 수 있고, 원고지 30장짜리 글을 30분에 쓸 수 있다. 어느 날은 마음을 아주 힘껏 그러모아서 원고지 예순 장짜리 글을 30분에 쓰기도 합니다.


  부산 사상역에서 고흥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기다린다. 순천을 거쳐서 갈는지, 고흥으로 바로 갈는지 헤아린다. 13시 20분에 순천으로 가는 버스가 있고, 이 버스는 두 시간 반이 걸린단다. 13시 30분에 고흥으로 들어서는 버스가 있으며, 이 버스는 네 시간이 걸린단다. 순천에서 고흥까지는 한 시간이다. 그런데 왜 두 버스는 한 시간 반이 벌어질까? 두 버스 사이에 있는 20분은 무엇일까?


  버스삯은 500원쯤 벌어진다. 겨를은 20분이 생긴다. 나는 500원을 더 들여서 20분을 내 몫으로 삼기로 한다. 20분이라 하더라도 시외버스에서 덜 보내고 싶다. 20분 동안 내 마음을 살살 어루만지면서 이야기꽃을 글 한 줄로 피우고 싶다. 4347.10.2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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