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값과 여관삯과 찻삯
고흥에서 부산으로 올 찻삯조차 없었는데, 마침 이틀 사이에 도서관 지킴이가 두 분 늘면서 찻삯과 여관삯이 생겼다. 이십만 원을 들고 씩씩하게 부산으로 나들이를 왔다. 책방골목을 다니면서 열한째 책잔치를 찬찬히 살펴보면서 아이들 그림책과 내가 읽을 동화책이랑 사진책을 여러 권 장만하려니, 이십만 원은 눈이 녹듯이 사르르 사라진다. 이제 고흥으로 돌아갈 마지막 버스삯만 가까스로 남는다.
그야말로 빠듯하게 움직이는 길이지만, 아름다운 책을 만나고 아기자기한 책잔치를 마음에 담았으니 기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는 아주 빠듯하고 빡빡하게 움직이지만, 앞으로는 넉넉하고 느긋하게 움직일 수 있기를 빈다. 아이들도 데리고 나들이를 올 수 있기를 빌고, 아이들과 나들이를 와서 느긋하게 돌아볼 수 있기를 빈다. 이듬해에 태어날 셋째는 갓난쟁이일 적에 이듬해 책잔치를 만나러 올 수 있으려나. 책값도 여관삯도 찻삯도 제대로 쓸 수 있도록 다시금 힘을 내자. 4347.10.2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