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에 감알 떨어지는 소리



  늦여름과 구월까지는 지붕에 감알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도 시큰둥했다. 풋감이기 때문이다. 이제 시월에 감알 떨어지는 소리가 밤에 쿵 들리면 ‘옳거니’ 하고 생각한다. 낮에는 곧바로 뒤꼍으로 가서 감알을 줍는다. 한밤에는 으레 이튿날 아침에 가서 줍는데, 오늘은 한밤이지만 등불을 들고 뒤곁에 가서 두리번거린다. 어느 감알이 떨어졌는지 감나무를 올려다본다. 그러고는 쿵 소리와 함께 가랑잎을 부스럭부스럭 굴러가는 소리가 어디로 뻗었는지 어림한다. 불을 요리조리 비춘 끝에 찾는다. 어른 주먹보다 조금 큰 굵고 야무진 새빨간 감알이다.


  이튿날에는 새벽밥을 짓고 나서 새벽길을 나서야 할 듯싶어, 이렇게 한밤에 감알을 줍는다. 아무래도 부산까지 바깥일을 하러 다녀와야지 싶다. 이동안 곁님과 아이들이 밥을 잘 먹고 즐겁게 놀기를 바란다. 아버지가 집을 비운 동안 다른 감알은 더 안 떨어지기를 바란다.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와서 감이 하나둘 떨어져서 즐겁게 주워 함께 누릴 수 있기를 빈다. 4347.10.1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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