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씌워 줄게요 한림 아기사랑 0.1.2 13
니시마키 가야코 그림, 하세가와 세스코 글, 엄기원 옮김 / 한림출판사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46



내가 도울 테니 같이 가자

― 우산 씌워 줄게요

 하세가와 세스코 글

 니시마키 카야코 그림

 엄기원 옮김

 한림출판사 펴냄, 2003.3.30.



  우리 집 일곱 살 어린이는 언제나 씩씩하게 앞장섭니다. 짐이 있으면 “내가 들어 줄게요.” 같은 말도 먼저 스스럼없이 꺼냅니다. 일곱 살 어린이가 들 수 없을 만큼 무거운 짐이건만 그야말로 용을 써서 무거운 짐을 들거나 나르곤 합니다. “무거우면 그만 들어도 돼.” 하고 말하지만 “괜찮아요.” 하면서 이를 악물고 나르곤 합니다. 이 아이는 네 살 적에도 이삿짐을 나를 적에 척척 거들었어요.


  가만히 돌이키면, 우리 집 일곱 살 어린이는 첫돌을 앞두고 단추꿰기를 해냈습니다. 늘 아버지가 옷을 입히고 벗기고 씻기고 재우고 했는데, 단추 달린 옷을 스스로 꿰겠다며 애썼고, 혼자 용을 쓰더니 한 달 만에 단추를 꿸 수 있었어요. 웃옷과 바지도 돌이 지난 뒤 혼자서 입고 벗었습니다. 돌을 조금 지난 뒤에는 아버지가 손빨래를 하는 곁으로 다가와서 “나도 할래.” 하고 말하면서 빨래하는 시늉을 보였고, 아버지가 걸레를 빨아서 방바닥을 훔치면 “나도 줘.” 하고 말하면서 함께 방바닥을 훔쳤습니다.


  우리 집 일곱 살 어린이는 네 살 적에 동생 기저귀를 갰습니다. 이에 앞서 두 살과 세 살일 적에는 제 기저귀를 스스로 갰습니다. 다만 반듯하게 개지는 못해서 언제나 아버지가 다시 손질했지만, 세 살 즈음에는 꽤 반듯하면서 모양이 나도록 갰어요.




.. 기린 등에 비가 온다. 파르릉 포르릉 파르릉 포르릉. 우산 씌워 줄게요 ..  (6∼8쪽)



  하세가와 세스코 님이 쓴 글에 니시마키 카야코 님이 빚은 그림이 어우러진 이쁘장한 그림책 《우산 씌워 줄게요》(한림출판사,2003)를 읽으면서 생각에 잠깁니다. 아, 그래, 아이들 마음이란 이와 같지, 하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옵니다.


  아이들은 우산을 혼자 못 씁니다. 참말 혼자 못 써요. 비를 그대로 맞는 누군가 있으면 우산을 함께 쓰자고 합니다. 때로는 아예 우산을 건네고 저는 비를 맞기도 해요. 꽃과 풀과 나무는 빗물을 먹고 자라는데, 그래도 꽃한테 우산을 씌워 주려는 아이도 있어요. 아직 잘 몰라서 이렇게 한다고 여길 수 있지만, 이보다는 꽃이 빗방울에 떨어지기도 하니까 살며시 씌워 준다고 여길 만합니다.


  우산을 씌워 주는 아이는 맛난 것을 혼자 안 먹습니다. 맛난 것이 있으면 두리번두리번 살펴서 나누어 줄 만한 누군가 있는지 살핍니다. 맛난 것을 더 먹고 싶어도 꿀꺽 침을 삼킨 뒤 옆으로 밀어놓습니다. 동생한테 주고 싶으며, 어머니와 아버지한테도 한 점씩 주고 싶습니다. 어머니나 아버지가 “괜찮아. 네가 다 먹어도 돼.” 하고 말하면 한동안 머뭇거리다가, “네, 고맙습니다!” 하고 외칩니다.




.. 우산 씌워 줄게요. 어머, 안아 주셨네! 첨벙 첨벙 첨벙, 비 오는 날의 나들이 .. (16∼18쪽)



  아이들은 누구나 아름다운 숨결로 태어난다고 느낍니다. 어른들은 모두 ‘다 자란 아이’입니다. 그래서 어른들한테도 아름다운 숨결이 고스란히 있다고 느낍니다. 다만, 어른 가운데에는 ‘어른으로 자라는 동안’ 생채기를 많이 받기도 하고, 슬프거나 아픈 일을 숱하게 겪기도 해서, 그만 아름다운 숨결을 깊이 감추거나 파묻은 사람이 있기도 해요.


  아름다움이 사랑으로 이어집니다. 아름다움이 씨앗이 되어 사랑으로 피어납니다. 아름다움으로 삶을 가꿉니다. 아름다운 손길로 삶을 노래합니다.


  내가 도울 테나 같이 가요. 네가 도우니 즐겁게 같이 가지요. 내가 도울 테니까 우리 어깨동무를 해요. 네가 도우면 서로 즐겁게 어깨동무를 할 수 있어요. 나는 너를 돕고, 너는 나를 돕지요. 서로 돕고 아끼면서 즐겁게 이 길을 걷습니다. 서로 사랑하고 믿으면서 환하게 웃고 노래를 부릅니다. 4347.10.1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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