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67. 그저 홀가분하게 놀듯이



  사진을 찍을 적에는 그저 홀가분하게 놀듯이 사진기를 손에 쥡니다. 다른 어느 것에도 얽히거나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놀 적에 어떤 마음이거나 몸가짐인지 가만히 헤아리면서, 사진 찍는 매무새를 다스립니다.


  나는 브레송이나 살가도처럼 사진을 찍을 까닭이 없습니다. 나는 쿠델카나 카파처럼 사진을 찍을 까닭이 없습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나 저런 사람처럼 사진을 찍을 까닭이 없습니다. 나는 늘 언제 어디에서나 나답게 사진을 찍습니다.


  훌륭하거나 멋지거나 아름답게 사진을 찍은 이웃이 있으면, 사진이웃이 빚은 훌륭하거나 멋지거나 아름다운 이야기를 한껏 누려요. 기쁘게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선 이곳에서 오늘 마주할 즐거우면서 기쁜 이야기를 살펴봅니다.


  내 사진이 ‘내 사진’이 되려면, 내 사진을 언제나 나답게 찍어야 합니다. 내가 찍은 사진에서 ‘쿠델카스러움’이나 ‘브레송다움’이 드러난다면, 이 사진은 누가 찍은 누구 사진이 될까요?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을 흉내낼 까닭은 하나도 없어요.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에서 배울 수는 있으나, 배움이란 따라하기나 흉내내기가 아닙니다. 배움이란 ‘사진을 찍는 넋과 슬기와 사랑과 꿈’을 기쁘게 맞아들이는 일입니다.


  그저 홀가분하게 놀듯이 사진을 찍습니다. 노는 아이들을 눈여겨보셔요. 어떤 아이도 다른 아이를 흉내내지 않습니다. 모든 아이는 저마다 다르게 놉니다. 잘 달리는 아이가 있고, 걸음이 느린 아이가 있습니다. 걸음이 느리거나 몸이 굼떠서 자꾸 술래가 되는 아이가 있을 테지요. 술래가 되면 어떨까요? 서운할까요? 아닙니다. 술래가 되면 그저 술래가 될 뿐입니다. 술래가 되든 술래에서 벗어나든 아랑곳할 일이 없어요. 왜냐하면 아이는 그저 신나게 ‘놀이’를 한껏 누리거든요.


  노는 아이는 놀이를 누려야 합니다. 사진을 찍는 나는 내 사진을 누려야 합니다. 내 삶을 바라보셔요. 내 삶을 읽으셔요. 내 삶을 생각하고, 내 삶을 사랑하셔요. 그러면, 사진은 저절로 곱다라니 태어납니다. 4347.10.1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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