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66. 사진에 함께 깃들어
어떤 마음으로 밥을 짓느냐에 따라 밥맛이 달라집니다. 즐겁게 노래하면서 밥을 지으면 밥맛에 즐거운 노래가 깃듭니다. 고단하게 억지로 밥을 지으면 고단하며 억지스러운 숨결이 깃듭니다. 어떤 밥을 먹고 싶은가 하고 스스로 생각해야 합니다. 맛나면서 즐겁게 먹고 싶은지, 고단하면서 아무렇게나 배만 채우고 싶은지 곰곰이 생각해야 합니다.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느냐에 따라 글넋이 달라집니다. 기쁘게 꿈을 꾸면서 글을 쓰면 글줄마다 기쁜 꿈노래가 흐릅니다. 돈을 벌 마음으로 꾸역꾸역 글잣수를 채우면 겉보기로는 그럴듯해 보이는 글줄이라 하더라도 이웃을 따사로이 보듬는 기운은 조금도 안 깃듭니다.
어떤 마음으로 사진기를 손에 쥐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어떤 장비를 손에 쥐든 다 똑같습니다. 장비가 더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마음이 맑지 못하면 사진이 흐릿합니다. 값비싼 장비를 손에 넣었어도 마음이 착하지 못하거나 참답지 않다면 사진이 어설프거나 어리숙하기 마련입니다.
즐겁게 마음을 북돋아 밥을 짓듯이, 즐겁게 마음을 가꾸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기쁘게 마음을 살찌워 글을 쓰듯이, 기쁘게 마음을 돌보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에 함께 깃드는 기운을 살핍니다. 사진에 함께 깃들 사랑을 헤아립니다. 사진은 ‘그럴듯하게 보여주는 모습이나 기록이나 그림’이 아닙니다. 사진은 너와 내가 함께 가꾸는 즐거운 사랑이요 꿈이며 노래입니다. 4347.10.1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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