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놀면서 말을 배운다. 그러니까 아이들한테는 말놀이가 된다. 그러면, 말놀이란 무엇인가. 그저 놀면 말놀이가 될까? 장난처럼 굴면 말놀이가 될까? 말놀이라면 말로 노는 삶이다. 말로 삶을 가꾸면서 놀 때에 비로소 말놀이가 된다. 이와 달리 말로 장난을 부리거나 친다면 말장난이 된다. 아이들은 놀잇감으로 하루를 즐길 수 있는 한편, 장난감을 갖고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어느 쪽이 더 낫지 않고, 어느 쪽이 나쁘지 않다. 둘은 저마다 다를 뿐이다. 어른은 아이한테 말을 어떻게 가르칠까. 비슷한 낱말을 엮어서 들려주면 아이들이 말을 배울까. 말이란 지식일까. 최승호 시인이 내놓은 《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을 들여다본다. ㄱ부터 차근차근 말놀이를 들려준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이 동시집을 들여다보면서 ‘말놀이’라기보다는 ‘말장난’이 아닌가 하고 느낀다. 왜냐하면, ㄱ부터 여는 ‘동시’는 소리값하고 얽힌 장난스러운 손재주일 뿐, 낱말 하나와 얽힌 삶이 거의 안 보이기 때문이다. 예부터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빚어서 나누고 아이들한테 물려줄 적에는 삶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엮어서 들려주었다. 말장난이 아닌 참말 ‘말놀이’였다. ‘말노래’요 ‘말삶’이다. 다만, 요즈음 사회를 보면, 어른이나 아이 모두 도시에서 산다. 어른은 도시에서 돈만 벌고, 아이는 도시에서 학교만 다니며 책만 읽는다. 요즈음 사회에서는 어른이나 아이 모두 삶을 짓지 않고 삶과 아주 동떨어진 채 지낸다. 이러하니, 놀이와 장난이 어떻게 다른가를 모르는 채 ‘말장난 동시’가 마치 ‘말놀이 동시’라도 되는듯이 잘못 알고 만다. 《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말장난으로도 얼마든지 까르르 웃고 즐길 수 있다. 그저 그뿐이라는 뜻이다. 까르르 웃고 즐기면 그만인 말장난인 동시일 뿐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장난’을 하면서도 얼마든지 ‘배운’다.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늘 배우니까. 4347.10.1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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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 3- 자음 편
최승호 지음, 윤정주 그림 / 비룡소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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