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65. 주고받는 선물이 되어



  사진을 찍고 나서 사진에 찍힌 사람한테 건넵니다. 사진에 찍힌 사람은 ‘언제 이런 모습을 찍었니?’ 하고 물으면서 반깁니다. 함께 어울리던 즐거운 나날을 사진 한 장 앞에 놓고서 가만히 그립니다. 사진 한 장이 징검다리가 되어 두 사람 사이에 새로운 이야기를 길어올립니다. 사진이 없었으면 지난 어느 한때를 그저 스쳐 지나가듯이 잊을 뻔했으나, 사진이 있기에 지난 어느 한때를 새록새록 되새깁니다.


  사진이 걸어온 길을 생각합니다. 사진을 문화나 예술로 여겨, 사진문화를 끌어올리거나 사진예술을 밝히려고 힘쓴 분이 제법 많습니다. 사진으로 이렇게도 찍고 저렇게도 찍으려고 그야말로 온힘을 기울인 분이 퍽 많습니다. 이 많은 분들이 흘린 땀방울이 있어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넉넉하게 누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진문화와 사진예술은 처음부터 들여다보지 않는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사진이라 한다면, 서로 주고받는 선물로만 여기는 사람이 아주 많아요.


  그림도 이와 같습니다. 그림은 문화나 예술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리지 않습니다. 삶을 밝히고 사랑을 속삭이는 아름다운 이야기인 터라 즐겁게 그림을 그립니다. 사진 또한, 삶을 밝히고 사랑을 속삭이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기에, 아주 많은 사람들은 사진문화나 사진예술은 모르는 채 즐겁게 사진을 누립니다.


  놀러가서 찍습니다. 놀면서 찍습니다. 술 한잔을 마시는 어른들이 하하호호 웃으면서 흐트러지거나 망가진 모습이 재미있다면서 찍습니다.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가 이 예쁜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놓치지 않으려고 눈을 밝히면서 찍습니다. 늙은 어버이를 뒤늦게 알아보고는 늙은 어버이가 아직 살아서 우리 곁에 있는 모습을 바지런히 찍습니다. 우리 동네를 찍고, 멋진 곳에 나들이를 가서 찍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찍고, 새롭거나 남달라 보이는 것을 찍습니다.


  사진을 찍는 거의 모든 사람들은 스스로 삶을 새롭게 바라보기에, 사진 한 장 새삼스레 찍어서 ‘내가 나한테 스스로 선물하는 하루’를 즐깁니다. 또는 ‘나한테 가장 살갑고 사랑스러운 이웃한테 선물하는 하루’가 되기를 바라면서 사진을 즐겨요.


  따로 문화나 예술로 끌어올려도 되는 사진입니다. 처음부터 문화나 예술은 헤아리지 않고, 삶을 누리거나 즐기거나 가꾸는 길벗으로 삼아도 되는 사진입니다. 어떠한 사진을 하든, 우리는 서로 아름답게 주고받는 선물로 사진을 만납니다. 4347.10.1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