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편지 글쓰기



  우리 집 곁님한테 손편지가 온다. 나한테도 가끔 손편지가 온다. 나도 꾸준히 손편지를 쓴다. 손전화가 있고 누리편지가 있지만, 손편지를 쓸 때에는 느낌이 다르다. 다를밖에 없지. 편지를 쓰는 매무새가 다르니까.


  손으로 편지를 쓸 적에는 편지에 담을 줄거리도 생각하지만, 연필과 종이를 고르고, 봉투도 살핀다. 다만, 요즈음 나는 종이나 봉투는 이쁜 것을 안 찾고 집에 있는 대로 쓸 뿐이지만, 한 줄이라도 더 쓰고 싶은 마음이 들고, 뭔가 하나라도 넣고 싶은 마음이 든다.


  손편지에는 손길이 깃든다. 편지를 우체통에서 꺼내어 손에 쥐면, 편지를 보낸 니 손길이 파르르 옮는다. 편지를 받는 사람이 우체통에서 편지를 꺼낼 적에는, 편지를 띄운 사람도 ‘아하, 편지를 받았겠네’ 하고 느끼리라 본다. 마음으로 매듭을 지은 실이 이어졌을 테니까.


  요즈음은 손으로 편지를 쓰는 사람이 매우 드물다. 손으로 쓰는 글에 ‘하고픈 말’을 담는 사람이 참으로 드물다. 이러다 보니, 이웃이나 동무한테 하고 싶은 말을 먼저 ‘마음으로 한 번 삭히거나 가다듬는’ 사람이 아주 드물다. 편지란 무엇인가? 내 할 말만 외치면 되나? 메아리 아닌 산울림이 될 뜻으로 편지를 쓰나?


  ‘난 이렇게 생각하고 이대로 갈 터이니, 네가 뭐라 말하든 아랑곳하지 않겠어’ 하는 마음이라면 편지를 쓸 일이 없겠지. 아니, 손편지를 못 쓰리라. 요즈음 인터넷나라가 된 한국에서는 인터넷으로 댓글이나 덧글이나 안부글을 남기는 사람이 많은데, 막상 깊거나 넓게 생각하면서 이러한 글을 쓰는 사람이 드물다. 그러니, 웬만한 댓글이나 덧글이나 안부글은 ‘읽고 싶은 마음’이 안 든다. 마음이 안 움직이는 댓글이나 덧글이나 안부글이 많다. 여느 때에 손으로 밥을 짓고, 손으로 편지를 쓰며, 손으로 풀포기를 쓰다듬는 사람이 가까스로 남긴 한 줄 댓글이라면 다르지만, 이러한 댓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은 요즈음 얼마나 있을까.


  꼭 손으로 써야 제맛이라는 소리가 아니다. 손으로 쓸 수 없는 글을 쓴다면, 입으로 들려줄 수 없는 말을 읊는 셈이라고 느낀다. 손으로 쓸 만한 글을 쓸 노릇이고, 입으로 들려줄 만한 말을 읊어야 서로 아름다우면서 즐거우리라 느낀다. 4347.10.1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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