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락물결 사이에 억새



  나락이 물결을 친다. 한겨레가 퍽 먼 옛날부터 먹던 나락이 물결을 친다. 억새도 언제나 나락물결 사이에서 함께 춤을 추었겠지. 단단하고 굵은 억새 줄기는 지붕도 되고 바구니도 되었을 테니까. 오늘날은 나락 유전자를 건드려서 키 작은 나락밖에 안 보이지만, 지난날에는 나락도 키가 크고 줄기가 굵었다. 억새만큼 크지는 않았어도 억새 못지않게 나락물결도 높다란 키를 뽐내면서 훨씬 곱게 출렁거렸으리라 느낀다. 그렇잖은가. 오직 낫으로 나락을 베던 지난날에는 논에서 서걱서걱 볏포기를 베면 낫질하는 사람을 볼 수 없었다. 높다라니 자란 나락물결에 폭 잠겨서 볏포기 베는 소리만 들었다. 4347.10.1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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