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4.10.6.

 : 가을들 샛노랗게 물들어



- 여름에는 비가 자주 오더니 가을로 접어든 뒤로는 빗방울이 거의 안 듣는다. 들마다 나락이 알알이 여문다. 나락 익는 내음이 마을마다 퍼진다. 일찍 심은 나락은 일찍 베고, 조금 늦게 심은 나락은 햇볕을 더 머금으면서 샛노랗게 빛난다. 이 가을은 볕이 좋고 바람이 상큼하니, 아이들과 자전거마실을 하기에 아주 좋다.


- 누렇게 물결치는 들판 한복판을 달린다. 들빛과 하늘빛을 함께 본다. 아이들더러 들과 하늘을 보러고 얘기하는데, 샛자전거에 앉은 큰아이는 새롭게 흔들리는 이를 만지면서 더 흔드느라 바쁘다. 그래, 너한테는 흔들리는 이를 더 흔들어 빼는 일이 훨씬 대수롭겠구나.


- 천천히 달린다. 천천히 바라본다. 가을에 맞이하는 시골내음을 마신다. 저녁 군내버스가 지나간다. 이제 군내버스는 누런 물결을 가르면서 온 마을을 구비구비 돌겠네.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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