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618) 시작 52


한·일 병탄으로 식민지가 된 한국민은 모든 주권을 빼앗긴 채 일제의 종살이를 시작합니다

《김삼웅-10대와 통하는 독립운동가 이야기》(철수와영희,2014) 55쪽


 종살이를 시작합니다

→ 종살이를 합니다

→ 종처럼 삽니다

→ 종이 됩니다

 …



  종이 되었기에 종살이이고, 종처럼 살기에 종살이입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종살이를 시작합니다”처럼 적었는데, “종으로 살기 시작합니다”나 “종이 되기 시작합니다”처럼 적을 분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느 자리에서든 ‘시작’을 덜어야 알맞습니다. “종살이를 합니다”와 “종으로 삽니다”나 “종처럼 삽니다”와 “종이 됩니다”로 적어야지요. 4347.10.10.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한·일 병탄으로 식민지가 된 한국사람은 모든 주권을 빼앗긴 채 일제에 종살이를 합니다


‘한국민(-民)’은 ‘한국사람’으로 다듬고, “일제의 종살이를”은 “일제에 종살이를”로 다듬습니다.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24) 시작 53


기사는 두 손으로 치폴리노를 움켜잡았어요. 그리고 잡아당기기 시작했어요

《잔니 로다리/이현경 옮김-치폴리노의 모험》(비룡소,2007) 36쪽


 잡아당기기 시작했어요

→ 잡아당기려 했어요

→ 막 잡아당겼어요

→ 잡아당겼어요

 …



  보기글을 생각합니다. 앞쪽에서는 “움켜잡기 시작했어요”처럼 적지 않습니다. 뒤쪽에만 ‘시작’을 넣습니다. 그러나 어떤 분은 앞쪽에도 ‘시작’을 넣을는지 모르고, 앞뒤 모두 ‘시작’을 넣을 분도 있어요.


  어떤 움직임을 더 드러내어 보여줄 생각이라면, ‘시작’이 아닌 다른 말을 붙여야 알맞습니다. “잡아당기려 했어요”처럼 뒤에 붙이든지 “막 잡아당겼어요”처럼 앞에 붙여야 합니다. 4347.10.10.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기사는 두 손으로 치폴리노를 움켜잡았어요. 그러고는 막 잡아당겼어요


‘그리고’는 ‘그러고는’이나 ‘그러고 나서’로 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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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25) 시작 54


“나도 시작만 하면 잘할 수 있어.” 코스차가 말했다. “시작하자마자 금방 펑펑 울음을 터뜨리고 말걸.”

《니콜라이 노소프/엄순천 옮김-내 친구 비차》(사계절,1993) 83쪽


 시작만 하면

→ 하기만 하면

→ 해 보려 하면

→ 하려고만 하면

 시작하자마자

→ 하자마자

→ 처음부터



  앞에서 ‘시작’이라는 낱말을 쓰기에, 뒤에서도 ‘시작’이라는 낱말이 나옵니다. 앞에서 ‘시작’을 덜면, 뒤에서도 ‘시작’을 덜 수 있어요. 어떤 낱말을 넣어서 이야기를 엮으려 하느냐에 따라 글흐름이 달라지기도 하고, 글짜임과 글넋이 달라집니다.


  한편, 이 보기글은 아주 새롭게 다시 쓸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나도 마음만 먹으면 잘할 수 있어.” “처음부터 금방 펑펑 울음을 터뜨리고 말걸”처럼 고쳐쓸 수 있어요. “나도 달라붙으면 잘할 수 있어.” “달라붙자마자 금방 펑펑 울음을 터뜨리고 말걸”처럼 고쳐써도 돼요. 느낌을 살리면서 글맛을 북돋우도록 여러모로 생각을 기울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7.10.1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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