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61. 하루하루 새로 짓는다
사진가는 사진을 찍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입니다. 사진가는 사진을 빌어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입니다. 사진가는 사진으로 삶과 사랑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이야기를 가꾸는 사람입니다.
사진가는 하루아침에 태어나지 않습니다. 놀랍다 싶은 사진을 짠 하고 선보여야 사진가로 뜨지 않습니다. 사진공모전에서 1등이 되거나 멋진 곳에서 사진전시를 하기에 사진가로 우뚝 서지 않습니다. 잘 팔리는 사진책을 펴낸다든지, 좋은 비평을 두루 듣는 사진책을 선보여야 사진가로서 이름을 날리지 않습니다.
사진책을 선보이려면 책에 담을 만큼 사진을 모아야 합니다. 책에 담을 만큼 사진을 모으려면 하루 만에 사진을 다 찍을 수도 있으나, 여러 날이나 여러 달 걸릴 수 있습니다. 때로는 여러 해 걸릴 수 있고, 서른 해나 쉰 해가 걸릴 수 있습니다.
더 빠르게 더 많이 찍었기에 사진책을 일찍 선보일 수 있지 않습니다. 이웃한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몽실몽실 샘솟는 사진을 모았을 때에 비로소 사진책을 선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한 해에 사진 한 장씩 모아서 마흔 해나 쉰 해 만에 사진책을 한 권 내놓을 수 있어요. 누군가는 하루에 백 장을 찍어서 사진책을 내놓을 수 있어요. 이렇게 두 가지 사진책이 있을 적에, 둘 가운데 어느 하나가 더 낫거나 떨어지지 않습니다. 둘은 둘대로 값과 뜻이 있으며, 즐거움과 이야기가 있어요.
하루에 백 장을 찍어서 날마다 사진책을 한 권씩 펴낼 만큼 사진을 찍는다면, 이러한 흐름으로 날마다 새로운 이야깃감을 찾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 해에 한 장씩 찍어 쉰 해 만에 사진책을 내놓는다면, 오랫동안 찬찬히 삭히는 삶이 들려주는 이야깃감을 살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날마다 자랍니다. 날마다 자라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날마다 한 장씩 사진으로 담을 수 있습니다. 이리하여, 한 해 동안 얼마나 자랐는가 돌아보는 사진책을 묶을 수 있습니다. 이 아이들을 스무 해나 마흔 해에 걸쳐 지켜본 뒤, 스무 해나 마흔 해 만에 사진책을 묶을 수 있습니다. 두 가지 사진책 모두 어버이 사랑이 그득합니다. 두 가지 사진책 모두 서로 주고받는 사랑이 아름답습니다.
사진은 하루하루 새롭게 삶을 짓듯이 이룹니다. 오늘이 새롭기에 어제와 다르게 사진을 찍습니다. 오늘이 흘러 모레가 되면 오늘과 다를 테니 모레에는 모레대로 새롭게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기를 손에 쥐기 앞서, 내 하루를 먼저 새롭게 엽니다. 4347.10.1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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