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길 책읽기



  가을에 걷는 길은 가을길이다. 봄에는 봄길이고, 여름에는 여름길이며, 겨울에는 겨울길이다. 철마다 길이 다르다. 철마다 길빛이 다르고, 길에서 흐르는 냄새가 다르다. 아이와 함께 걷는 길이라면, 가을에는 가을길이 되고 봄에는 봄길이 되는 길일 때에 서로 즐거우면서 사랑스러우리라 느낀다. 겨울인데 겨울길인 줄 느낄 수 없거나 여름인데 여름길인 줄 헤아릴 수 없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어떻게 삶을 꾸리는 셈일까.


  시골에서이든 도시에서이든 누구나 가을이면 가을길을 저벅저벅 또박또박 씩씩하게 걸을 수 있기를 빈다. 가을길에는 가을빛을 보고 가을내음을 맡을 수 있기를 빈다. 가을에 흐르는 멧새와 풀벌레 노랫소리를 듣고, 아직 겨울잠에 들지 않은 개구리가 마지막으로 베푸는 노랫소리를 들으며 길을 걸을 수 있기를 빈다. 자동차로 싱싱 달리는 길이 아니라, 아이들은 달리고 어른들은 걸을 수 있는 길을 모든 사람이 누리기를 빈다. 4347.10.9.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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