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공장 1
야마사키 주조 지음, 히로카네 겐시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391



술과 여자를 끼고 도는 영화판?

― 꿈의 공장 1

 히로카네 켄시 그림

 야마사키 주조 글

 오경화 옮김

 서울문화사 펴냄, 2004.5.25.



  《시마 사원》부터 《시마 사장》까지 그렸다고 하는 ‘히로카네 켄시’라는 분이 그림을 맡은 《꿈의 공장》(서울문화사,2004)이라는 만화책을 읽는다. 일본에서는 1997년에 처음 나왔다고 한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꿈과 사랑이 담긴 만화책이라고 하기에, 영화를 어떤 마음으로 만드는지 돌아볼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며 읽는다. 그런데, 첫째 권부터 영 아리송하다. 이 만화가 책이름처럼 “꿈의 공장”을 들려주려고 하는 이야기인가? 아니면, 책이름에 나오듯이 “꿈”이라는 허울을 내세워 “공장과 같이” 메마르거나 딱딱하게 기계를 척척 뽑아내는 얼거리를 보여주려고 하는 이야기인가?



- “히타케 군, 몸은 건강한가?” “아, 네. 몸은 튼튼한 편입니다.” “그래, 바로 그거야! 조감독 일엔 머리가 필요없지. 첫째는 다리 힘, 둘째는 팔 힘!” (14쪽)

- “레이카! 어디서 찡알대고 있어! 네 양다리 스케줄 때문에 다들 밥도 굶고 일하는 거 몰라? 빨리 스텐바이 해!” “네.” “그리고 조감독을 또 돌머리라고 불렀다간 죽을 줄 알아!” (57쪽)




  만화책 《꿈의 공장》을 보니, 내 느낌으로는 ‘꿈으로 나아가는 길’이라든지 ‘꿈을 찾는 길’은 영 보이지 않는다. 만화책 주인공인 ‘히타케’라고 하는 젊은 사내더러 이녁 어버이가 제발 영화판이나 방송밭 같은 데에 있지 말라고 편지를 띄우는 까닭을 알 만하다.


  만화책에 나오는 절반쯤 되는 이야기는 ‘술을 꼭지가 돌도록 퍼 마시면서 해롱거리는’ 모습이다. 나머지 가운데 절반쯤 되는 이야기는 여배우들이 얼마나 콧대가 높거나 힘과 돈 있는 사람한테 몸을 잘 바치는가 하는 모습이다. 또 나머지 가운데 절반쯤 되는 이야기는 맨 윗자리에 있는 방송밭이나 영화판 사람들이 얼마나 짜증스럽거나 얼간이 같은 짓을 하는가 하는 모습이다.





- “쯧쯧. 하여간 나카 씨는 선수라니까.” “신인 킬러로 유명하잖아.” “쟤도 먹히겠는걸.” (83쪽)

- “안 되겠어. 현장을 완전 물로 보고 있잖아! 그 망할 놈의 영감탱이!” “무라키 씨, 설마!” “걱정 마, 하타케!  자네 가죽 점퍼 값 정돈 받아내 줄 테니까!” (105쪽)



  어찌 보면, 영화를 만들거나 연속극을 찍는 이들은 이 만화책에 나오듯이 술과 돈과 살곶이와 이름값과 콧대 따위만 알는지 모른다. 그래서 이 만화는 이런 어이없는 모습을 살살 비꼬려고 그렸을는지 모른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이 만화책을 빚으려고 글을 맡고 그림을 맡은 사람들이 영화나 방송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겉훑기로 ‘만화 독자 눈길을 끌려’고 얄팍한 장삿속을 부린다고 할는지 모른다. 꿈으로 나아가는 길이 아니라, 꿈을 좀먹으면서 부리는 바보짓을 보여준다고 할까.


  곰곰이 돌아보니, 《시마 사원》을 조금 읽다가 집어던졌고, 《시마 사장》도 한두 권 읽다가 나머지 책을 모두 집어치웠다. ‘시마’라는 사람이 평사원부터 사장으로 가는 길에 보여주는 모습은 ‘씩씩하고 바지런하게 일해서 한 단계씩 거듭나는 삶’이 아니라, 권력과 술수와 여자를 옆구리에 끼면서 꼭대기에 오르려는 바보짓일 뿐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4347.10.9.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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