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뒷모습



  읍내마실을 갔다. 아이들은 언제나처럼 앞에서 신나게 달린다. 뒤에서 신나게 좇다가 문득 뒷모습을 생각한다. 이 집에서 조금 얻고 저 집에서 조금 얻은 옷을 입은 아이들인데, 큰아이 바지는 아버지가 모처럼 사 주어서 입혔고, 작은아이 가방은 큰아이가 다섯 살 무렵 부산에서 사 준 가방인데 이제 큰아이한테 작아서 작은아이가 물려받았다. 큰아이가 발에 꿴 신은 문을 닫은 어느 시골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주운 뒤 잘 빨고 말려서 신겼고, 작은아이 벌레신은 곁님이 새로 장만해 주었는데, 작은아이가 골짝물에 담가서 반짝반짝 나오던 불이 꺼지고 말았다.


  가만히 아이들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나는 아이들 옷차림을 거의 들여다본 적이 없다고 깨닫는다. 어떤 옷이든 대수롭지 않게 입히면서 살았다. 아마 앞으로도 이렇게 살겠지. 내가 바라보고 싶은 곳은 아이들 마음이고, 아이들이 나한테서 물려받기를 바라는 것은 사랑이니까. 4347.10.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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