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4.9.27.
: 사진순이 바깥마실
- 바깥마실을 가자. 맑고 밝은 가을을 듬뿍 누리도록 바깥마실을 가자. 자전거를 타 볼까. 자전거도 좋고, 두 다리로 걸어도 좋지. 우리는 즐겁고 씩씩하게 들길을 달린다. 서로서로 빙긋방긋 웃는 얼굴로 바라보면서 노래를 부르자. 사진순이는 샛자전거에 앉아 사진을 찍으며 놀지. 산들보라는 수레에 앉아 누나를 바라보고 아버지를 지켜보지. 들빛이 곱다. 들빛은 왜 고울까. 온갖 풀열매를 그득그득 품에 안아서 고울까. 사람도 벼알과 콩알을 먹고, 참새도 벼알과 콩알을 먹는다. 들쥐도 벼알과 콩알을 먹고, 메뚜기와 풀벌레도 벼알과 콩알을 먹는다. 다 같이 조금씩 나누어 먹는다. 이 땅에서 모든 목숨이 하나로 어우러지면서 산다. 네가 먹고 내가 먹는다. 네가 웃고 내가 웃는다. 네가 노래하고 내가 노래한다. 시골에서도 도시에서도 신나게 달리고 얼크러지면서 어깨동무를 하자. 싱싱 달리는 자전거는 바람을 가른다. 한창 달리다가 스르르 멈추면서, 들판에 일어나는 노란 물결을 바라본다. 억새가 춤추는 곁에 갈대가 춤을 춘다. 논둑이 있고 도랑이 있으며 냇물이 있다. 돌콩이 톡톡 터지면서 까만 알맹이를 퍼뜨리는 소리를 낸다. 참새가 무리를 지어 난다. 까마귀와 까치는 어디에 있을까. 직박구리와 콩새와 박새는 무엇을 먹을까. 잃어버린 숲동무를 찾자. 떠난 들동무를 부르자. 이 가을에 함께 바깥마실을 누리면서 서로 손을 맞잡자.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