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박시백 님 만화를 첫 작품부터 보았다. 첫 작품을 선보일 무렵에는 군대에 끌려가서 골골댔으나, 휴가를 나와 신문사지국으로 돌아가서 지국장님한테 인사를 하면서 묵은 신문을 들추었고, 전역한 뒤에는 새벽마다 신문배달을 마치고 나서 이녁 만화를 가위로 잘 오려서 알뜰히 그러모았다. 박시백 님 만화를 보면서 반갑거나 즐거운 대목이라면 늘 하나이다. 작고 수수한 사람들 이야기로 ‘사회읽기’를 풀어내는 대목이 즐겁다. 정치꾼을 나무라거나 바보스러운 전쟁 미치광이를 꾸짖는 일은 그리 대수롭지 않다. 그런 이들은 굳이 안 다루어도 된다. 우리가 바라볼 아름다운 이웃을 바라보면 되고, 우리가 어깨동무할 사랑스러운 한집 사람들과 손을 맞잡으면 된다. 그런데, 박시백 님은 이녁이 아주 잘 그리던 ‘작고 수수한 사람들 이야기’에서 ‘조선왕조실록’으로 넘어갔다. 아주 오랫동안 ‘임금님 언저리 이야기’를 그리는 일을 했다. 나는 아주 많이 슬프고 서운했다. 만화가 한 사람을 잃었기 때문이다. 왜 ‘죽은 역사’를 그려야 했을까? 왜 ‘살아서 숨쉬는 이웃 이야기’를 등지고 말았을까? 《둥지 안의 작은 행복》은 ‘죽은 역사’를 그리기 앞서 ‘작고 수수한 이웃이 살아서 숨쉬는 이야기’를 담은 만화를 모은 책이다. 이러한 만화를 더 깊고 넓게 들여다보았으면 박시백 님은 한국 만화에서 아주 놀라운 길을 열었으리라 생각한다. ‘조선왕조실록’을 그려서 이녁 이름을 남기는 일이란 ‘삼국지 번역’하고 엇비슷하다. 뭐, ‘조선왕조실록 만화’도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나쁘지도 않으나 좋지도 않다. 4347.10.6.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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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 안의 작은 행복- 삶을 이끄는 누군가 있다는 것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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