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70] 푸름이



  ‘어린이’라는 낱말은 일제강점기에 태어났습니다. 어려운 때에는 아이들이 더 어려운 터라, 일제강점기에 아이들이 제대로 사랑받으면서 자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어린 사람”을 뜻하는 ‘어린이’라는 낱말을 방정환 님이 지었어요. 오늘날 사회에서는 어린이 나이를 지나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나이가 되면, 여러모로 고단하면서 힘겹습니다. 한창 자라면서 몸과 마음을 살찌우는 무렵에 입시지옥에 시달리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회 흐름을 살피던 사람들이 ‘청소년’ 나이에 이른 푸른 숨결을 나타낼 만한 ‘푸름이’라는 낱말을 지었어요. 어느 한 사람이 지은 낱말이라기보다 곳곳에서 한꺼번에 터져나온 낱말입니다. 푸르게 자라고, 푸르게 생각하며, 푸르게 꿈꾸고, 푸르게 사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넋을 담았어요. 다만, ‘푸름이’라는 낱말은 아직 한국말사전에 안 실립니다. 이러한 낱말을 모르는 청소년이나 어른이나 교사가 많습니다. 꼭 어떤 낱말이나 이름을 잘 지어야 제대로 사랑받거나 자랄 수 있으리라고는 느끼지 않습니다만, 열네 살부터 열아홉 살 사이를 살아가는 고운 넋이 맑으면서 푸르게, 풀과 나무처럼 푸르며 넉넉하게 사랑과 꿈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7.10.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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