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 소리와 함께 떨어진 모과



  아이들을 불러 뒤꼍에서 무화과를 따는데 그야말로 크게 ‘턱!’ 하는 소리가 난다. 무슨 소리일까 아주 살짝 생각하다가 아하 하고 깨닫는다. 또 모과가 떨어졌구나. 모과나무 앞에 떨어진 샛노란 모과를 본다. 참 커다랗구나. 이렇게 커다란 아이가 나무에 잘 달렸네. 가만히 바라보다가 한손으로 집어 본다. 아주 크다. 꽤 무겁다. 그리고 따뜻하다. 나무에 달린 채 햇볕을 아주 잘 머금은 듯하다. 아직 따스한 기운이 가득한 모과알을 손에 쥐고 살살 돌린다. 얼마나 이쁘장한 모과요, 얼마나 야무진 모과인가 하고 생각한다. 나무에서 떨어지는 소리는 우렁차고, 땅을 울리는 결도 싱그럽다. 높은 가지에 매달린 모과를 어떻게 따야 할까 생각했는데, 굳이 안 따도 되는구나 하고 깨닫는다. 모과알이 굵고 크게 맺히면 저 스스로 떨어지니까. 게다가 굵고 단단한 모과알은 흙바닥에 떨어진들 안 깨진다. 다친 자국도 없다. 좋네. 알맞게 며칠에 하나씩 떨어지니 차근차근 집에 두어 고운 냄새를 맡는다. 냄새를 듬뿍 나누어 준 뒤 쪼글쪼글 마른 모과는 다시 흙한테 돌려주면 되지. 4347.10.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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