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고등학교로 걸어가기 앞서



  조금 뒤 낮 네 시부터 저녁 여섯 시까지 도화고등학교 책모임 푸름이와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과 책읽기와 글쓰기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기에 여러모로 설렌다. 이 아이들이 앞으로 어디에서 일하며 살든 시골내음을 가슴 깊이 아로새기도록 돕는 노릇을 잘하자고 생각한다.


  이제 슬슬 집을 나서야 한다. 걸어서 가면 사십 분쯤 걸릴까. 아이들이 배고프지 않도록 밥을 지었고, 밥상을 차린다. 아이들은 서로 아끼면서 잘 놀겠지. 자전거를 탈까 싶다가, 가까운 길이니 천천히 걸어서 오가면 생각을 차분히 다스리면서 가을빛을 한결 깊이 마실 만하리라 본다. 천천히 들바람을 마시면서 걷자. 길에 자동차에 치여 죽은 짐승이 있으면 길섶으로 옮기고, 허수아비한테 인사하면서, 이웃마을 할매와 할배한테도 인사하면서, 즐겁게 걸어가자. 4347.9.3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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