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서 읽는 책



  인천에서 나고 자란 뒤 서울에서 여러 해 지내면서 마음속에 늘 한 가지가 맴돌았다. 몹시 아쉬운 한 가지였으니, 마당에 걸상을 놓고 나무그늘을 누리면서 읽는 책이었다.


  마당이 예쁘게 있는 시골집에서 아이들이 노는 소리를 귓가로 스치면서 고즈넉하게 책을 읽는다. 아이들 웃음소리와 발소리 사이로 나뭇가지가 흔들리면서 나뭇잎이 살랑이는 노래가 흐른다. 더 많이 읽거나 더 빨리 읽을 일이 없다. 그날그날 마음을 살며시 살찌우면서 생각을 추스른다. 이제껏 품은 생각을 가다듬고, 미처 길어올리지 못한 생각을 보듬는다.


  책을 읽으면서 무엇이 즐거울까. 하루를 아름답게 짓는 길에 새롭게 기운을 낼 수 있으니 즐거우리라 느낀다. 내 이웃들도 나무그늘에서 햇살을 느낄 수 있는 마당을 누리면서 책을 손에 쥐고 풀내음을 맡을 수 있기를 빈다. 4347.9.3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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