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그릴 적에



  그림책을 빚으려고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적에는 언제나 한 가지를 생각하기 마련이라고 봅니다. 무엇인가 하면, 이 글과 그림으로 이루어진 책을 읽을 모든 사람들 가슴속에 따사로운 사랑이 깃들 수 있기를 바라지 싶습니다. 그런데, 지식을 더 얻거나 정보를 새로 주려 할 수 있겠지요. 다만, 이보다는 가슴속에 피어날 사랑을 헤아리지 싶어요.


  어떤 빛깔을 넣는다고 해서 그림이 따스해진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어떤 무늬나 모습을 그린다고 해서 그림이 따스해진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어떤 빛깔을 넣더라도, 그린이 마음이 따스하다면 언제나 따스합니다. 어떤 무늬나 모습을 그리더라도, 참말 그린이 마음이 따스할 적에는 언제나 따스해요.


  말투나 말씨가 이쁘장할 때에 따스하지 않습니다. 투박하거나 수수한 말투나 말씨라 하더라도, 말로 나타내어 들려줄 이야기가 따스하다면 참으로 따스한 글이 된다고 느껴요.


  그림을 꼭 잘 그려야 하지 않습니다. 글을 꼭 잘 써야 하지 않습니다.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들과 즐겁게 나눌 사랑을 생각하면서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면 됩니다. 그림솜씨는 그림을 그리다 보면 천천히 늘기 마련입니다. 아이를 낳아 돌보는 이웃 어른들과 어깨동무를 하면서 누릴 사랑을 생각하면서 글을 쓸 수 있으면 됩니다. 그림솜씨뿐 아니라 글솜씨도 글을 쓰면 어느새 찬찬히 늘기 마련이에요.


  나중에 솜씨가 늘었다 하더라도 굳이 솜씨를 뽐내려 하지 않으면 됩니다. 우리가 그림책을 읽는 까닭은 그림솜씨나 글솜씨를 보려는 뜻이 아니니까요. 빼어난 그림이나 놀라운 글을 구경하자는 뜻으로 그림책을 읽지 않아요. 동화책이나 동시집도 이와 같습니다. 소설이나 수필도 이와 같습니다. 우리는 빼어난 작품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책을 손에 쥐지 않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아름다운 생각을 품고, 스스로 아름다운 삶을 가꾸며, 스스로 아름다운 사랑을 씨앗 한 톨로 마음밭에 심고 싶기에 책을 손에 쥡니다. 4347.9.2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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