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아이 57. 2014.9.24. 서숙돌이
자전거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묵은 밭을 본다. 묵은 밭에 피고 지는 온갖 들꽃과 들풀을 바라본다. 시골에는 이런 땅에 좀 넓게 있어야 한다. 묵은 밭도 좋고, 그냥 사람 손길 안 탄 들판도 좋다. 그래야 이런 곳을 아이들이 놀이터로 삼아서 신나게 헤집고 다닐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묵은 밭에 서숙이 군데군데 있다. 이 밭이 묵기 앞서 서숙밭이었던 듯하다. 따로 심지 않았을 텐데, 서숙이 익으면서 몇 알 떨어졌나 보다. 서숙을 벨 적에 작은 알맹이가 떨어졌을 수 있다. 그래서, 작은 알맹이가 흙 품에 고이 안겨 겨울을 나고는 이듬해에 씩씩하게 자랐지 싶다. 한 포기를 꺾는다. 자전거수레에서 잠든 산들보라 머리맡에 놓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서숙내음 맡으면서 즐겁게 꿈을 꾸렴.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