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이 달랜다



  아이들한테 아침을 차려 주고 난 뒤 고단해서 살짝 자리에 눕는다. 설거지는 마쳤고, 빨래는 한숨 돌리고 나서 할 생각이다. 한 시간쯤 눈을 붙였을까, 삼십 분쯤 눈을 붙였을까, 우체국 일꾼 목소리를 듣고 눈을 번쩍 떠서 소포를 받은 뒤 시계를 보았을 때에는 삼십 분쯤 지난 듯하다. 우체국 일꾼은 작은 책꾸러미 하나를 건네준다. 따로 시킨 적이 없는 책인데 누가 보냈을까 궁금하게 여기며 봉투를 뜯는다. 아, ㅊ이라는 곳에서 보낸 책이다. 비노바 바베 님 교육책이 얼마 앞서 새로 나왔다 했는데 ‘서평쓰기 책’으로 보내 주었다.


  졸음을 떨치고 책을 펼친다. 예전에 읽을 적에도 느꼈는데, 비노바 바베 님이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슬기로운 숨결이 있다. 이러한 숨결을 만나면 ‘사라진 기운’이 돌아오고 ‘없던 힘’이 천천히 솟는다. 책이란 이러할 때에 책이라고 느낀다.


  아나스타시아 이야기 여덟째 책 《새 문명》과 나란히 놓고 함께 읽어 본다. 따사로운 바람이 살며시 분다. 이윽고 책을 모두 덮고 기지개를 켠다. 신나게 빨래를 한다. 어제와 그제 비가 꽤 많이 내린 터라 이틀 사이에 빨래 몇 점만 했더니, 제법 쌓였다. 슬슬 추위가 다가오니 곧 두꺼운 옷가지를 빨래하느라 등허리가 꽤 결리겠네 싶다.


  빨래를 마무리짓고 마당에 넌다. 한가을에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을 받는다. 눈부신 햇볕을 받는 곡식은 잘 익으리라. 빨래도 잘 마를 테고, 내 마음에도 즐거운 이야기가 샘솟을 테지. 빨래를 다 널었으니 자전거를 몰아 서재도서관에 가서 살짝 아이들과 논 다음, 우체국에 다녀와야겠다. 책 한 권을 선물처럼 받으면서 새롭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4347.9.2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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