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지내는 어버이



  어제 낮에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우고 면소재지 우체국에 다녀온다. 작은아이는 수레에서 잠든다. 큰아이도 많이 졸린 눈치이지만 낮잠을 자려 하지 않는다. 몸을 씻고 빨래를 한 뒤 나도 드러눕고 싶었지만, 작은아이가 달게 자고 나서 일어날 즈음 배고프다 칭얼거리겠다는 생각이 들어, 새롭게 기운을 내어 밥을 끓인다. 작은아이는 밥이 한창 끓어 익을 무렵 깬다. 이리하여, 돼지고기튀김을 굽고 국을 데우는데, 큰아이가 떡볶이 노래를 불러 부랴부랴 떡을 불려 떡볶이를 끓인다. 등허리와 다리가 쩍쩍 결리는 소리를 낸다. 몸이 많이 고단한가 보네 하고 생각하다가, 씩씩하게 속으로 노래하면서 밥을 마저 차려서 밥상에 올린다. 그러고 나서 아이들과 함께 저녁에 곯아떨어졌는데, 새벽에 일어나서 ‘그래 곧 아침이고, 아침이 되면 새끼 제비들은 밥 달라고 공알공알 노래하겠네’ 하는 생각이 든다. 엊저녁에 먹고 남긴 밥이 있어 새로 짓기 어설프다. 그러면, 엊저녁 남은 밥이랑 떡을 버무려 떡볶이밥을 할 수 있겠다고 느낀다. 여기에 미역국을 곁들일까. 마른미역을 국냄비에 넣고 물을 붓는다. 자, 이렇게 했으면 이따 찾아올 아침에 밥을 마련해서 올리는 일은 아주 손쉽지. 나물무침은 밥과 국을 올린 뒤 바로 썰어서 무쳐야 가장 맛나니 그때 하기로 하자. 아침에 밥을 다 먹으면 뒤꼍에 가서 잘 익은 무화과를 따야지.


  여기까지 생각하는데 하품이 길게 나온다. 어서 아이들 사이에 다시 누워야겠다. 조금이라도 눈을 붙여야 아침을 잘 끓여서 먹이리라. 4347.9.2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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