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감알



  우리 집 뒤꼍에 감나무가 두 그루 있다. 이 가운데 하나는 처음 이 집에 들어올 적에 가지치기를 모질게 겪어서 아직 가지가 제대로 뻗지 못했다. 감알이 맺혀도 그대로 달리지 못한 채 풋감일 때에 거의 다 떨어진다. 올해에 세 해 만에 바알간 감알이 하나 대롱대롱 달린다. 궂은 바람도 씩씩하게 잘 견디었다.


  감알만 따려고 나무를 타고 올라갔는데, 그만 가지까지 꺾인다. 야무지게 달렸구나. 야무지게 달려서 가지까지 꺾이도록 단단히 붙잡았구나.


  한참 물끄러미 바라본다. 우리 집에 찾아온 이 아름다운 감알이 어떻게 빛나는가를 살펴본다. 입으로 먹기 앞서 눈으로 먹는다. 입에 넣기 앞서 손으로 쓰다듬는다. 아이들과 나누기 앞서 감내음을 실컷 들이마신다. 4347.9.2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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