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용에 빠져드는 책읽기



  자가용을 모는 사람들은 자가용을 생각한다. 자가용을 모는 동안에는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가만히 보면 알 수 있다. 자가용을 몰면서 딴 데에 생각을 팔면 어찌 될까. 곧바로 골로 간다. 죽음이지. 내가 모는 자가용이 벽을 들이받든, 다른 자동차와 내 자동차가 부딪히든 하면서 목숨을 잃으리라. 그래서, 자가용을 모는 사람은 자가용을 생각한다. 아니, 자가용을 몰 적에는 자가용 말고는 다른 어느 것도 생각할 수 없다.


  읍내마실을 한다. 군청 쪽으로 걸어가는데, 우리 앞으로 까만 자가용 한 대가 스르르 미끄러져 끼어들더니 우뚝 멈춘다. 까만 자가용은 ‘주차금지’ 선돌이 여럿 선 곳에 버젓이 멈춘다. 사람들이 두 다리로 걸어서 오가는 거님길 한복판에 까만 자가용이 올라온다. 이리하여, 거님길은 꼼짝없이 막힌다. 까만 자가용에서 늙수그레한 사람이 둘 내리고, 두 사람은 시골 읍내 찻길을 가로질러 걷는다. 이들은 거님길로 걷지 않는다. 아무렴, 거님길은 이들한테는 주차장일 테니까.


  사람들이 책을 읽는다. 저마다 즐겁게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 그런데, 즐겁게 읽고 싶은 책이 아니라, 읽고 싶지 않은 책을 읽는 사람이 꽤 많다. 스스로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길에 밑거름이 될 책이 아닌, 그저 잘 팔리거나 많이 팔리거나 이름이 높은 책을 읽는다. 스스로 삶을 사랑스레 살찌우는 길에 싱그러운 바람이 될 책이 아닌, 자격증을 따거나 돈벌이에 도움이 될 책을 읽는다.


  빠져든다. 빠져든다. 스스로 만든 수렁에 스스로 빠져든다. 살아간다. 살아간다. 스스로 세우는 사랑 가득한 보금자리에서 살아간다. 4347.9.2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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