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에 닿다



  어제와 오늘 이틀에 걸쳐 여덟 시간쯤 시외버스를 달렸다. 부산서 일을 마치고 고흥으로 돌아온다. 시외버스가 막 고흥에 닿는다. 열한 시 사십육 분. 열두 시 반에 우리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살짝 틈이 생긴다. 저잣마실을 한다. 집에서 아버지를 기다릴 새끼 제비들을 떠올리면서 돼지 뒷다리살을 장만한다. 부산에서 일을 마친 뒤 받을 삯이 아직 은행계좌에 들어오지 않았을 테지만, 곧 들어오겠지. 가을볕이 뜨끈뜨끈하다. 온몸을 덥힌다. 바람이 살그머니 분다. 머리카락이 날린다. 바람이 불어 머리카락을 날릴 때에 즐겁다. 그래서,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 머리를 빡빡이로 밀어야 하던 때에 몹시 못마땅했다. 왜 학교는 사내 아이 머리카락을 빡빡이로 밀어서 감옥 죄수처럼 만드는가. 군내버스가 들어온다. 마을 할매가 먼저 나를 알아보고 인사하신다. 나도 꿉벅 절을 한다. 어디 다녀오느냐고 물으신 뒤, 좋은 일이 많이 꾸준히 있으면 “다 됐지!” 하신다. 좋은 일이 있으면 된다. 그렇지. 스스로 좋은 일을 지어서 하루하루 즐기면 되지. 고흥에 닿았다. 20분만 더 가면 우리 집이다. 4347.9.22.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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