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일 나서는 새벽밥



  오늘 낮에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에서 이야기잔치가 있다. 그곳에 가야 한다. 낮 세 시까지 가는데, 적어도 낮 한 시쯤에는 부산 보수동에 닿아 여러 책방을 둘러보면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 여러모로 따지니, 우리 마을에서 이웃 봉서마을까지 걸어가면, 그곳에는 새벽 여섯 시 십 분에 지나가는 군내버스가 있다. 이 버스를 타고 읍내에 닿은 뒤, 순천으로 가는 시외버스로 갈아타고, 순천에서 부산으로 가는 버스로 다시 갈아타면 이럭저럭 일찍 닿을 듯하다.


  새벽에 길을 나서야 하기에 새벽밥을 짓는다. 새벽밥을 지으려고 어제는 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밤 한 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글을 쓴 뒤, 새벽 네 시부터 부엌에서 부산을 떤다. 어제 조금 남은 미역국에 콩나물을 넣고 양파를 반 토막 썰어서 된장콩나물국으로 바꾸어 새로 끓인다. 고구마와 감자와 단호박과 달걀을 함께 삶는다. 다섯 시 사십 분에 집을 나설 테니, 꼭 이즈음에 모두 끝마칠 듯하다. 요즈음 우리 집 아이들이 새벽 여섯 시를 살짝 넘으면 일어나서 아침 일곱 시가 안 되었어도 배고프다고 앙앙거리니, 내가 집을 비워도 곁님이 잘 챙겨 주리라 믿는다.


  기지개를 켠다. 몸을 푼다. 가늘디가늘게 걸린 초승달을 바라본다. 고니자리는 어디에 있을까 헤아린다. 슬슬 가방을 챙겨야겠다. 4347.9.2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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