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오스터 이야기책을 읽다가



  폴 오스터라는 분이 쓴 소설책은 한 권도 읽지 않았다. 나는 소설책은 거의 안 읽는다. 그러나 소설가이든 시인이든, 이런 사람들이 쓴 ‘수수한 글’, 이른바 산문책은 읽는다. 얼마 앞서 나온 폴 오스터 님 새로운 책은 이녁이 사람들과 만나서 들려준 ‘말’을 담는다.


  오늘부터 폴 오스터 님 어느 책을 손에 쥐어 읽다가 예순 쪽 남짓 읽을 무렵, 빙그레 웃음을 지을 만한 대목을 본다. 폴 오스터 님이 아직 이름을 얻거나 글삯을 넉넉히 벌지 못하던 때에는 ‘집세를 버는 글을 쓰거나 번역을 하느라’ 몹시 힘들었다고 한다.


  그렇다. 누구한테나 집세를 버는 일을 하기란 참으로 힘들다. 청소부로 일하든 공무원으로 일하든 의사로 일하든, 내 벌이 가운데 꽤 많은 몫을 집삯으로 내야 한다면 얼마나 고단할까? 참으로 벅차면서 괴로우리라. 나도 도시에서 살 적에는 집삯을 대느라 다달이 머리가 터지는 줄 알았다. 나는 도서관을 스스로 열어서 꾸리기도 했으니, 다달이 치러야 할 임대료는 집삯과 도서관삯으로 곱배기였다.


  글을 쓰건 청소부로 지내건 공무원이나 의사로 일하건 누구나 비슷하리라 느낀다. 집삯에서 홀가분할 수 있으면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든 참말 마음이 옭죄거나 얽매이지 않으리라 본다. 밥은 어떻게든 먹는다. 굶는 일은 없다. 밥은 어떻게든 즐겁게 먹으면서 아이들을 돌볼 수 있다. 골칫거리란 집삯이다. 집을 어디에서 어떻게 얻어야 할까? 우리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나같이 도시로만 몰리고, 도시에서 나고 자라서 도시에서 지내며, 시골사람도 몽땅 도시로 내모는데, 앞으로도 이대로 모두 도시에서만 살려고 하면 집삯이라는 굴레는 더 커지기만 하리라 느낀다. 글을 쓰든 청소부로 지내든 공무원이나 의사로 일하든, 모름지기 시골에서 홀가분하게 살려고 하는 마음을 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궁금하다. 4347.9.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람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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