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66] 글그림
어릴 적부터 만화책을 즐겁게 보았어요. 나이가 들어 아이를 낳아 돌보는 삶을 일구면서, 아이들과 그림책을 즐겁게 봅니다. 요즈음 그림책을 보다가 문득 한 가지를 깨닫습니다. 그림책을 그리는 어른 가운데 글과 그림을 함께 짓는 분이 있어요. 이때에는 으레 ‘글·그림’이라 적습니다. 내가 어릴 적에 보던 만화책에도 으레 ‘글·그림’이라 적었지요. 글이랑 그림이 한데 어우러지는 만화책이요 그림책이니, 한 사람이 두 가지를 함께 하면 언제나 ‘글·그림 아무개’라 했어요. 그런데 예나 이제나 ‘글·그림’을 빚는 이들을 가리켜 ‘작가’라는 한자말을 흔히 써요. ‘글쓴이·그린이’라는 한국말을 즐겁게 쓰는 사람은 꽤 드뭅니다. 책에 적기로는 ‘글·그림’이지만, 입에는 이러한 말마디가 익숙하지 않은 셈일까요. 4347.9.1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