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 스스로 단추 꿰기



  산들보라는 스스로 단추를 꿸 줄 안다. 그렇지만 누군가 단추를 꿰어 주기를 더 바라지 싶다. 아니면, 누나나 아버지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서둘러 단추를 꿰어 주었는지 모른다. 날씨가 선선한 가을 새벽에 일찌감치 일어난 아이들한테 웃옷 한 벌씩 입히는데, 작은아이더러 단추를 꿰어 보라고 이야기한다. 맨 위 단추 하나만 아버지가 꿴 뒤, “자, 보라야, 너는 단추를 꿸 수 있어. 여기 스스로 꿰어 봐.” 하고 말한다. 산들보라는 “단추 해 줘.” 하고 말하다가 아버지가 해 줄 마음이 하나도 없는 줄 이내 알아채고는 조물조물 단추를 만진다. 그러고는 쏙 집어넣고 착 잡아서 꿴다. 거 봐. 할 수 있잖아. “오잉?” 하면서 웃는다. 그러고는 아래쪽 단추를 마저 꿴다. 4347.9.1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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