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싶을 때



  글을 쓰고 싶을 때에 글을 써야 한다. 쓰고 싶은 마음이 없을 때에는 억지로 연필을 쥐고 종이를 펼쳐도 한 줄은커녕 한 낱말조차 못 적는다. 집일을 안 하는 사람이라면 말미가 넉넉할는지 모르나, 언제나 아이들을 바라보고 집일을 도맡는 사람이라면 그야말로 느긋하게 연필 쥘 겨를이 없기 일쑤이다. 그래도 한두 마디라도 공책에 후다닥 갈겨쓰면, 아이들이 모두 잠든 뒤에 바로 그 한두 마디를 바탕으로 삼아서 줄줄줄 글을 쓸 수 있곤 하다.


  마음에 담는다고 할까. 쓰고 싶은 이야기를 늘 마음에 담는다고 할까. 그때그때 떠오르는 대로 쓰면 가장 좋고, 그때그때 손을 놀릴 수 없다면 마음에 담고서 나중에 글을 쓸 수 있는 자리와 때를 기다려서 즐겁게 노래를 하자고 생각한다. ‘난 그 이야기를 곧 쓸 수 있어’ 하고 생각하면서 통통통 도마질을 한다. ‘난 그 이야기를 조금 뒤에 쓸 수 있어’ 하고 생각하면서 빨래를 비비고 헹구어 마당에 넌다. ‘난 그 이야기를 오늘 밤까지 쓸 수 있어’ 하고 생각하면서 아이들과 놀거나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워 마실을 다닌다.


  내 삶을 나 스스로 짓고 싶으니 글을 쓴다. 내 삶을 나 스스로 가꾸고 싶기에 마음에 글감을 담으면서 나긋나긋 노래를 부른다. 4347.9.1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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