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탄 날이면
자동차를 탄 날이면 몸이 곱으로 힘들다. 그만큼 자동차를 안 좋아하는 탓이라 하겠지. 예전에는 자동차가 우리 몸에 왜 안 좋은가를 살피지 못했고, 요즈음에는 자동차가 우리 몸에 어떻게 안 좋은가를 찬찬히 느낀다. 자동차가 뿜는 기운은 사람이 살아가는 흐름하고 도무지 안 맞는다. 화석연료를 태워 더 빨리 달리도록 하는 플라스틱덩어리이기 때문에 참으로 얄궂다. 자동차가 달리도록 하려고 들과 숲을 아주 많이 밀어 풀포기 못 돋는 아스팔트길을 닦으니 몹시 얄궂다. 자동차가 달리는 둘레는 시끄러워 귀가 아프니 아주 얄궂다. 달리지 않고 가만히 서는 자동차라 하더라도 멀쩡한 땅을 넓게 차지하니 그지없이 얄궂다.
자동차가 있으니 먼길을 오갈 수 있다. 자동차가 있으니 짐을 짊어지지 않아도 수월하다. 그러면, 우리는 왜 먼길을 오가야 하는가. 우리는 왜 스스로 짐을 짊어지면서 걸으려 하지 않는가.
무엇이 나쁘다거나 좋다거나 여기지는 않는다. 그저, 자동차가 우리 삶에서 무엇인가를 돌아볼 뿐이다. 짐을 잔뜩 짊어지고 한참 걸어야 하면 몸이 매우 고될 테지만, 씻고 옷을 갈아입고 자리에 누워 등허리를 펴면 어느새 몸이 개운하다. 자동차를 오래 타고 돌아다닌 뒤 집으로 돌아오면 ‘짐을 지지도 않고 가만히 앉아서 움직였을’ 뿐이나 몹시 고단할 뿐 아니라, 이래저래 쉬어도 좀처럼 몸이 제자리를 되찾지 못한다. 4347.9.1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