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29) 후하다厚 1 : 후한 값
그들이 후한 값을 제시했지만, 그래도 도라 잭슨은 팔지 않았다
《팀 윈튼/이동욱 옮김-블루백》(눌와,2000) 99쪽
후한 값을 제시했지만
→ 좋은 값을 불렀지만
→ 값을 넉넉히 말했지만
→ 넉넉히 쳐주겠다고 했지만
…
‘두텁다’나 ‘많다’를 가리키는 한자 ‘厚’입니다. 그래서 한국말사전에 실린 외마디 한자말 ‘厚하다’ 뜻풀이 (2)을 보면, “두께가 매우 두껍다”라는 대목이 보입니다. 그렇지만, 두께가 두꺼운 모습을 가리킬 때에 ‘후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지요? 두꺼우니 ‘두껍다’고 하거나 ‘두툼하다’고 할 뿐입니다.
인심이 후하다 → 마음이 넉넉하다 / 마음씀이 넓다
학점이 후한 → 학점을 잘 주는
보수가 후하다 → 일삯을 많이 준다 / 품삯을 잘 준다
마음을 너그럽게 펼치는 사람들은 ‘너그러운’ 사람입니다. 마음씀이 넉넉하다고 느끼면, 이이는 ‘넉넉한’ 사람입니다. 학점을 넉넉하게 주는 교수는, 학점을 ‘잘’ 주거나 ‘많이’ 주는 셈입니다. 일삯을 많이 준다고 할 때에는, 일꾼이 ‘넉넉하게’ 쓸 수 있도록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4337.11.24.물/4341.7.20.해/4347.9.15.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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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좋은 값을 불렀지만, 그래도 도라 잭슨은 팔지 않았다
“값을 제시(提示)했지만”은 “값을 불렀지만”이나 “값을 말했지만”으로 다듬어 줍니다.
후(厚)하다
1. 마음 씀이나 태도가 너그럽다
- 인심이 후하다 / 그 교수는 학점이 후한 편이다 / 보수가 후하다
2. 두께가 매우 두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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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158) 후하다厚 2 : 요츠바는 후해
“그럼, 특별히 데리고 가 주지.” “요츠바는 참 후하구나.” “요츠바는 후해.”
《아즈마 키요히코/금정 옮김-요츠바랑! 7》(대원씨아이,2008) 159쪽
요츠바는 참 후하구나
→ 요츠바는 참 넉넉하구나
→ 요츠바는 참 마음이 넓구나
→ 요츠바는 참 너그럽구나
…
어른이 아이를 보며 ‘후하다’고 말합니다. 아이는 어른한테서 들은 ‘후하다’를 따라서 말합니다. 어른이 아이를 보며 ‘넉넉하다’고 말했으면, 아이는 ‘넉넉하다’고 말했겠지요. 어른이 아이를 보며 ‘너그럽다’고 말한다면, 아이는 ‘너그럽다’는 말을 꺼냈을 테고요.
요츠바는 참 착하구나 ↔ 요츠바는 착해
요츠바는 참 멋지구나 ↔ 요츠바는 멋져
요츠바는 참 좋구나 ↔ 요츠바는 좋아
요츠바는 참 예쁘구나 ↔ 요츠바는 예뻐
어른들은 누구나 아이들 앞에서 주고받는 말을 헤아려 보아야 합니다. 어른들은 아이들 앞에서 외치는 말과 끄적이는 글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귀담아듣습니다. 아이들은 늘 어른들 이야기를 귀여겨듣습니다. 아이들은 어른한테서 들은 말을 하나하나 몸에 삭혀서, 이 말대로 이야기를 읊거나 글을 한 줄 두 줄 씁니다.
아이들이 하는 말과 쓰는 글은 어른들이 하는 말과 쓰는 글이 바탕이 됩니다. 어른들이 일제강점기 찌꺼기말에서 헤어나지 못하면, 아이들 말과 글 또한 일제강점기 찌꺼기말에서 헤어나지 못합니다. 이러면서도 아이들은 저희 말씨와 글씨가 어떠한가를 느끼지 못합니다. 그저 어릴 적부터 듣거나 말하거나 배운 말이라고 느낄 뿐입니다.
아이들한테 읽히는 책은 교과서이든 동화책이든 만화책이든, 말과 글이 얼마나 올바르고 알맞고 살갑고 고운가를 꼼꼼히 살피고 거듭 살펴야 합니다. 어릴 적부터 얄궂은 말투에 익숙하거나 길들어 버리면, 이 말투를 나중에 고치거나 바로잡기란 대단히 어렵습니다. 한번 입에 익은 말을 왜 바꾸어야 하느냐고 따지겠지요. 애서 손에 익은 글을 왜 고쳐야 하느냐고 묻겠지요. ‘어른들이 나한테 이런 말을 가르치지 않았어?’ 하고 따지거나 ‘어른들은 이런 글을 안 고치고 그대로 쓰잖아?’ 하고 묻겠지요. 4341.7.20.해/4347.9.15.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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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번만큼은 데리고 가 주지.” “요츠바는 참 너그럽구나.” “요츠바는 너그러워.”
‘특별(特別)히’는 ‘이번만큼은’이나 ‘이번에는 남달리’로 손질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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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31) 후하다厚 3
넌 나의 행운의 클로버야! 얘야, 하나 골라 보렴. 내가 값은 후하게 깎아 줄게
《미셸 코르넥 위튀지/류재화-모자 대소동》(베틀북,2001) 38쪽
후하게 깎아 줄게
→ 넉넉히 깎아 줄게
→ 얼마든지 깎아 줄게
→ 아주 싸게 줄게
…
값을 ‘넉넉하게’ 깎아 준다면 어떻게 깎는 셈일까 헤아려 봅니다. 아주 많이 깎아 줄까요. 부르는 대로 깎아 줄까요. 얼마든지 깎아 준다는 뜻일까요. 그러니까, 매우 싸게 준다는 뜻일까요. 어느 쪽을 가리키거나 뜻하는지 차근차근 밝혀서 알맞게 쓰기를 바랍니다. 4347.9.15.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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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내게 행운을 부른 토끼풀이야! 얘야, 하나 골라 보렴. 내가 값은 얼마든지 깎아 줄게
“나의 행운의 클로버(clover)”는 “내게 행운을 부른 토끼풀”이나 “나한테 행운을 가져온 토끼풀”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