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만드는 손인가
우리 손은 온갖 아름다운 이야기를 지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손으로 갖가지 전쟁무기를 만들기도 한다. 우리 손은 온갖 사랑스러운 노래를 지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손으로 갖가지 따돌림과 푸대접을 만들기도 한다. 우리 손은 온갖 따스한 글을 쓸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손으로 갖가지 끔찍한 헐뜯기나 비틀기를 할 수 있다.
신문기자는 어떤 글을 쓰는가. 시인이나 소설가는 어디에서 무엇을 보면서 어떤 글을 쓰는가. 출판사는 어떤 책을 내놓으려고 하는가. 학교에서는 어떤 교과서를 아이들한테 내밀면서 무엇을 가르치려 하는가.
쪽글월을 꾸리는 일곱 살 아이를 바라본다. 일곱 살 아이는 제 모든 사랑을 따스하게 담아 쪽글월을 건넨다. 조그마한 쪽종이에 온갖 노래를 담는다. 작은 종잇조각에 또박또박 이야기를 빚는다.
사랑을 지을 수 있는 손으로는 사랑을 지으면 좋겠다. 꿈을 가꿀 수 있는 손으로는 꿈을 가꾸면 좋겠다. 이야기를 길어올릴 수 있는 손으로는 이야기를 길어올릴 수 있겠다. 서로 따스하게 안고 보살피려는 우리 손이라고 느낀다. 4347.9.1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