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 깨기



  두 아이가 부엌에서 저지레를 했다. 하얀 접시 하나를 깼다. 접시 깨뜨린 소리를 듣고는 문득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났다. 오랜만? 그렇구나. 오랜만에 접시를 깼구나.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접시를 깰 만한 나이를 살짝 지났다고 할까. 접시를 떨어뜨리거나 유리잔을 떨구는 짓을 거의 안 할 만한 나이라고 할까. 아이들도 깨고 나도 깨고 곁님도 깨서, 우리 집에서 짝이 잘 맞는 그릇이나 접시가 드물다. 접시는 아이들만 깨지 않는다. 나도 설거지를 하다가 손에서 잘못 미끄러져 깨뜨린 적이 있다. 설거지를 하다가 접시를 깨고는, 허허허 웃었다. 설거지를 하다 미끄러져도 깨지는구나 싶어 놀랐다. 그러니까, 접시는 아주 쉽게 깨질 수 있다. 아주 잘 건사해야 한다.


  새로운 접시를 아이들과 함께 장만해야겠지. 새로운 그릇을 곁님하고 같이 마련해야겠지. 4347.9.1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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