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작하는 부자 공부
권성희 지음 / 가디언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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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삶읽기 172



나는 부자인가 아닌가

― 지금 시작하는 부자 공부

 권성희 씀

 가디언 펴냄, 2014.1.3.



  누리책방 ‘예스24’에서 얼마 앞서 책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이달에 가장 알차게 블로그를 가꾼 사람’한테 주는 선물이라 했는데, 선물로 날아온 책꾸러미 가운데 《지금 시작하는 부자 공부》(가디언,2014)가 있었습니다. 나는 이런 갈래 책을 한 권도 산 적이 없고, 읽은 적도 없습니다. 내가 이러한 책을 이제껏 읽은 적이 없는 줄 용케 알아서 선물해 주는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한편, 내가 아직 부자가 아니라고 여겨 앞으로는 부자가 되기를 바라면서 선물해 주는가 하고 헤아려 봅니다.


  아무렴, 그렇겠지요. 《지금 시작하는 부자 공부》 같은 책은 ‘부자인 사람’이 읽을 일은 없으리라 느낍니다. 부자가 되고픈 마음이 있는 사람이 읽겠지요. 그리고, ‘부자인 사람’ 가운데, 앞으로도 꾸준히 부자로 삶을 이으려는 분이 있으면 이 책을 읽을는지 몰라요. 왜냐하면, 시인이나 소설가로 일하는 사람도 ‘다른 작가가 쓴 글쓰기 이야기책’을 읽을 테니까요.



.. 중산층 부모들이 ‘돈이 조금만 더 있었어도 아이에게 더 많은 것을 해 줄 수 있을 텐데’라고 안타까워 하는 반면, 부자 부모들은 ‘돈 때문에 아이가 성실하게 살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를 걱정한다 ..  (47쪽)



  《지금 시작하는 부자 공부》는 경제신문 기자가 씁니다. 경제신문 기자이니 돈을 다루는 이야기를 글로 자주 쓰리라 느낍니다. 그러면, 경제신문 기자가 바라보는 돈이란 무엇이고, 경제신문 기자가 아는 부자는 어떤 사람일까요?


  회사를 만들어서 주식을 가진 사람이 부자일까요? 은행계좌에 돈을 많이 넣으면 부자일까요? 그렇다면, 주식을 얼마나 가져야 부자일까요? 은행계좌에 넣은 돈이 얼마쯤 되어야 ‘많다’고 할 만하거나 ‘부자’라고 할 만할까요?


  한번 묻고 싶어요. 은행에 100억 원이 있으면 부자일까요? 아마, 부자라고 여길 테지요? 그러면, 99억이 있으면? 이때에도 부자라고 여길 테지요? 98억은? 97억은? 96억은? …… 85억은? 84억은? 83억은? …… 24억은? 23억은? 22억은? …… 11억은? 10억은? 9억은? …… 1억은? 9천만은? 8천만은? …… 1천만은? 9백만은? 8백만은? …….


  부자라 할 수 있는 사람은 숫자로조차 따질 수 없습니다. 숫자로 따져 보셔요. 참말, 숫자로 누구부터 부자이고, 누구까지 부자가 아니라 할 수 없습니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몇 살쯤 되어야 나이가 많을까요? 아흔 살은 되어야 나이가 많나요? 그러면 여든아홉이나 여든여덟은 어떻지요? 일흔아홉이나 일흔여덟은 어떠할까요?



.. 미국의 명품시장 조사기관인 럭셔리 인스티튜트가 2013년 6월 초 자산 500만 달러 이상 부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0% 이상이 보석이나 시계, 핸드백 같은 명품을 그리 중시하지 않았다. 또 하반기에 시계나 보석에 돈을 더 쓸 생각이라는 대답은 4%, 핸드백에 돈을 더 쓸 생각이라는 응답은 6%에 불과했다 ..  (97쪽)



  우리는 ‘부자’가 어떤 사람인지 똑똑히 알아야 합니다. ‘부자’가 어떤 사람인지 똑똑히 모르기 때문에, 저마다 부자가 되겠다고 발버둥을 치는데, 막상 아무도 부자가 되지 못해요. 1백만 원을 가져도 부자가 되려고 안달합니다. 1천만 원을 가져도 부자가 되려고 악을 씁니다. 1억 원을 가져도 부자가 되려고 용을 씁니다. 10억 원을 가져도 부자가 되려고 죽을힘을 냅니다. 100억 원을 가져도 부자가 되려고 이웃을 짓밟습니다. 1000억 원을 가져도 부자가 되려고 동무를 해코지합니다. 1조 원을 가져도 부자가 되려고 끝없이 돈만 만집니다.


  다시 말하자면, 부자는 돈을 만지는 사람이 아닙니다. 돈을 만지는 사람은 ‘돈을 만지는 사람’일 뿐이에요. 부자는 돈을 굴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돈을 굴리는 사람은 ‘돈을 굴리는 사람’일 뿐입니다.


  부동산이나 증권으로 돈을 더 불리는 사람은 ‘돈굴리기’나 ‘돈불리기’를 하는 사람일 뿐, 어느 누구도 부자가 아니에요. 그러면, 부자는 누구일까요? 부자는 있을까요, 없을까요?



.. 정말 필요한 물건이라면 필요할 때 사는 것이 가치 있는 것이지, 가격 때문에 필요한 시기가 지났을 때 사거나 언젠가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에 미리 사놓는 것은 오히려 물건의 가치를 깎는 행위일 수 있다 ..  (103쪽)



  숨을 거두어 죽는 자리에서 돈을 1원이라도 가져갈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승을 떠나 저승으로 갈 적에 10원 한 닢 들고 갈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돈뿐 아니라 주식도 뭣도 다 놓아야 합니다. 졸업장도 내려놓고 계급장과 나이까지 다 내려놓아야지요. 내려놓지 않는 사람은 죽어도 죽은 넋이 아니에요.


  무슨 말인가 하면, 우리는 처음 태어나던 날부터 모두 ‘부자’입니다. 스스로 부자인데 부자인 줄 모르니, ‘어디에도 없는 뜬금없는 부자 그림자’ 꽁무니만 좇다가 삶을 마감합니다. 아주 불쌍하고 딱한 노릇입니다.


  돈은 돈일 뿐, 부자인 삶하고 하나도 이어지지 않습니다. 돈은 언제나 돈이에요. 삶은 삶입니다. 삶을 가꾸며 사랑할 수 있을 때에 부자입니다. 이웃과 사랑하며 동무와 어깨를 겯고 즐겁게 노래할 수 있을 때에 부자입니다. 아이 손을 잡고 춤을 추는 사람이 부자입니다.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서 웃는 사람이 부자입니다.


  자, 묻겠습니다. 경제신문 기자인 이녁은 부자입니까? 《지금 시작하는 부자 공부》 같은 책을 읽은 이녁은 부자입니까? 《지금 시작하는 부자 공부》 같은 책을 안 읽은 이녁은 부자입니까? 4347.9.1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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