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48. 노래해 노래해 노래해



  사진을 찍는 사람은 사진기를 손에 쥐고 노래하는 사람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연필을 손에 쥐고 노래하는 사람입니다. 살림을 꾸리는 사람은 부엌칼로 밥을 짓거나 비누로 빨래를 하거나 비와 걸레로 쓸고닦거나 따순 손길로 아이를 돌보면서 노래하는 사람입니다. 시골사람은 낫과 호미로 흙을 노래하는 사람입니다. 고기잡이는 배를 몰아 바다를 마주하며 노래하는 사람입니다.


  사진기를 손에 쥔 우리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노래하는 사람일까요? 우리는 저마다 어떤 하루를 새롭게 맞이하면서 노래하는 사람일까요? 내 노래는 어디에서 샘솟을까요?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어떤 이야기가 흐르면서 사랑이 피어나거나 꿈이 자랄까요?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기 앞서 가만히 생각해요. 오늘 하루 어떤 일을 하고 누구를 만나며 어떻게 지내고 싶은가를 생각해요. 내가 무엇을 바라는지 마음으로 그리고, 내가 꿈꾸는 길은 어디로 흐르는가를 차근차근 짚어요.


  이것이거나 저것인 사진은 없습니다. 이렇게 찍어야 하거나 저렇게만 다루어야 하는 사진은 없습니다. 내가 너하고 다르듯이, 나는 내 사진을 찍고 너는 네 사진을 찍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이기에 우리는 모두 다른 사진을 찍습니다. 이를테면, 사진감이 똑같다 하더라도 우리는 참말 모두 다르게 사진을 찍습니다. 그런데, 다 다른 우리들이 똑같다 싶은 사진을 찍는다면? 이때에는 두 가지 가운데 하나일 테지요. 서로 마음이 꼭 맞았다는 뜻이거나, 서로 생각이 틀에 박혔다는 뜻입니다.


  노래를 하고 싶은 사람은 노래를 하고, 노래를 하고 싶어 노래를 하는 사람은 늘 노래에 안겨 살아갑니다. 그래서, 부르고 싶은 노래를 생각합니다. 부르려는 노래를 곱게 가다듬습니다. 꿈을 꾸고 싶은 사람은 꿈을 꾸고, 꿈을 꾸고 싶어 꿈꾸는 사람은 늘 꿈누리를 가꾸며 살아갑니다. 그래서, 가슴에 담고 싶은 꿈을 생각합니다. 가슴에 담고 싶은 꿈을 날마다 정갈히 가다듬습니다.


  노래해요. 노래하고 또 노래해요. 즐겁게 노래해요. 활짝 웃으면서 노래하고, 춤을 추면서 노래해요. 사진기를 손에 쥐기 앞서 노래를 해요. 사진기를 손에 쥐고 나서 노래를 해요. 사진기 단추에 손가락을 얹기 앞서 노래를 해요. 사진기 단추를 손가락으로 살며시 누르면서 노래를 해요. 4347.9.1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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