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47. 무엇을 찍고 싶은가



  사진을 찍으려는 분들이 잘 알아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에는 무엇을 찍든 그리 대수롭지 않습니다. 사진은 ‘소재 아닌 주제’를 찍습니다. 다른 갈래에서도 이와 같아요. 글을 쓸 때에도 ‘글감이 아닌 이야기’를 씁니다.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출 적에도 ‘소재 아닌 주제’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림을 그릴 적에는 어떠할까요? 정물을 그린다고 하면 그저 정물을 그립니다. 배를 그리든 딸기를 그리든 나무를 그리든 풀이나 꽃을 그리든 대수롭지 않아요. ‘내가 그리려 하는 정물’을 즐겁게 잘 그리면 됩니다. 사람을 그릴 적에도 그렇지요. 우리 어머니나 아버지를 그리든, 내 짝꿍이나 동무를 그리든, 길에서 마주친 사람을 그리든, 시골 흙지기나 고기잡이를 그리든, 공장 일꾼이나 버스 일꾼을 그리든 하나도 대수롭지 않아요. 누구를 그리든 ‘사람을 그리는 내 마음’이 오롯이 깃들도록 그려야 합니다.


  사진을 찍을 적에 무엇을 찍어야 할까요? 사진감(소재)에 매이지 않으면서 내가 담아서 나타내고 싶은 이야기를 찍으면 됩니다. 성노예 할머니를 찾아뵙고 사진을 찍을 수 있을 테고, 청소부를 찍을 수 있을 테며, 시골 할아버지를 찍을 수 있을 테지요. 이름난 시인이나 연예인을 찍을 수도 있어요. 누구를 찍든 참말 대수롭지 않습니다. 찍힌 사람 숨결이 드러나면서 찍는 사람 숨소리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어야 사진다운 사진이 됩니다.


  사람을 찍을 적에는 무엇보다 한 가지를 잘 헤아려야 합니다. 내가 사진으로 찍는 사람이 나와 얼마나 가깝거나 살갑거나 반갑거나 고맙거나 즐겁거나 사랑스러운 님인지 헤아려야 합니다. 사진으로 찍으려는 사람을 제대로 모르는 채 찍는다면 어떤 사진이 될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사진으로 찍으려는 사람을 ‘안다’면 얼마나 알고 어떻게 아는가를 짚어야 합니다.


  ‘난 저 사람을 잘 알지’ 하는 마음일 때에 어떤 사진이 나올까 생각해요. ‘나는 저 사람을 얼마나 알까’ 하는 마음일 때에는 어떤 사진이 나올는지 생각해요. ‘내가 저 사람한테서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를까’ 하는 마음이라면 어떤 사진이 나오겠는가 하고 생각해요. ‘내가 아직 모르거나 못 느끼는 저 사람 숨결은 무엇일까’ 하는 마음이라면 어떤 사진이 나올 만한지 생각해요. ‘내가 더 알고 싶으며 더 만나고 싶은 저 사람 숨소리는 무엇일까’ 하는 마음이 되면 어떤 사진이 될는지 생각해요.


  사진을 찍는 우리들은 빈틈없는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아닙니다. 사진을 찍는 우리들은 남보다 더 낫거나 덜떨어지는 사람이 아닙니다. 사진을 찍는 우리들은 뛰어나지도 허술하지도 않습니다. 사진기를 손에 쥔 우리들은 그저 사진기를 손에 쥐고 이웃과 동무를 만납니다. 이웃과 노래하는 사진이고, 동무와 꿈을 꾸는 사진입니다. 무엇을 찍어야 할까요? 내 이웃과 어깨동무하는 이야기를 찍고, 내 동무와 사랑을 속삭이는 이야기를 찍습니다. 4347.9.1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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