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일 줄기 책읽기



  어머니 텃밭에서 자라는 케일을 보고 깜짝 놀란다. 아니, 잘 자란 케일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으니 ‘케일 줄기’를 처음으로 보았다. 굵고 야물딱지게 올라온 케일 줄기를 보니, 이 줄기가 더 올라온다면 지팡이처럼 쓸 수도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케일만 줄기가 이렇게 굵어지지 않는다. 여느 풀도 우람하게 자라면 줄기가 참 굵다. 모시풀이나 고들빼기나 까마중도 키가 쑥쑥 오르면 줄기가 얼마나 굵고 단단한지 모른다. 이 미터가 넘게 자란 모시풀 줄기는 낫으로 베기에도 만만하지 않고, 어른 키를 넘도록 자라는 고들빼기나 까마중은 마치 톱으로 썰듯이 힘을 들여야 줄기를 벨 수 있다.


  아주 조그마한 씨앗이 첫 줄기를 올리고 첫 잎을 내놓은 뒤 씩씩하게 큰다. 아주 조그마한 씨앗 한 톨이 푸른 잎사귀를 베풀며 고운 씨앗을 다시 선물한다. 겨울 코앞까지 힘차게 자란 줄기와 잎은 겨울이 지나면서 누렇게 시들고, 새봄이 찾아올 무렵부터 천천히 흙으로 돌아간다. 봄을 지나 여름이 되면 언제 있었느냐는듯이 옛 줄기는 자취가 없다. 새로운 줄기가 땅을 덮는다. 해마다 새로운 흙이 태어난다. 풀이 자라는 땅은 흙이 고우면서 기름지고, 풀이 없는 땅은 흙이 메마르면서 아무 냄새도 빛도 없다. 4347.9.1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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