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46. 무엇을 알아야 할까



  사진을 배우려고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사진뿐 아니라, 글쓰기를 배우려고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글쓰기뿐 아니라, 그림을 배운다든지 악기를 배우려고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요즈음은 텃밭 일을 배운다거나 들풀이나 들꽃을 배우려고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무엇을 배우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학교를 찾아가면 될까요? 강의나 강좌를 찾아서 들으면 될까요? 도서관에 가서 책을 챙겨 읽으면 될까요? 이 모두를 해야 할가요?


  무엇을 배우고 싶다면 배우면 됩니다. 그리고, 무엇을 배우려 할 적에는 온마음을 기울여 사랑하면 됩니다. 온마음을 기울일 뿐 아니라 사랑을 해야 배울 수 있습니다. 온마음을 기울이지 않거나 사랑을 하지 않는다면 배우지 못해요.


  바둑을 배우든 장기나 오목을 배우든, 온마음을 기울여야 비로소 배울 뿐 아니라, 바둑사랑이나 장기사랑이나 오목사랑으로 나아가야 제대로 배웁니다. 흙땅에 금을 그으면서 하는 땅따먹기놀이도 온마음을 기울여야 하고, 제기차기나 공기놀이도 내 온 사랑을 쏟으면서 배워야 즐겁게 제대로 익힙니다.


  마음을 끄는 짝이 있을 적에 어떻게 할는지 헤아려 보셔요. 그 사람 취미나 좋아하는 것이나 생일 따위만 알면 될까요? 아닙니다. 온마음을 기울여 그 사람한테 다가서야지요. 그리고 내 마음을 끄는 그 사람을 오롯이 사랑해야지요. 두 가지를 함께 할 수 있을 때에 비로소 ‘배웁’니다.


  그러니까, 무엇을 알아야 하느냐 하면, 삶을 알아야 합니다. 네 삶과 내 삶을 알아야 합니다. 서로 이곳에서 함께 살아가면서 즐겁게 웃고 노래할 수 있는 길을 알아야 합니다. 제대로 알자면 제대로 보아야 하고, 제대로 보면서 느껴야 하며, 제대로 느끼는 동안 제대로 배워야겠지요. 제대로 배우기에 제대로 살아갈 수 있고, 제대로 살아간다면 제대로 사랑하는 길을 찾아서 씩씩하게 걸어갈 수 있어요.


  사진을 배우려면, 기계도 알아야 하고 사진책도 보아야 하며 사진이론도 이럭저럭 들어야 하리라 느낍니다. 다만, 이런저런 것으로는 언제나 겉훑기로 그쳐요. 겉훑기만 해도 넉넉하다면 겉훑기로 그쳐도 됩니다만, 애써 품과 말미와 돈까지 들여서 어느 한 가지를 배우려는 생각이라면, 아무쪼록 온마음을 기울이면서 사랑할 수 있기를 빌어요.


  사진찍기는 멋진 모습 찍기가 아닙니다. 사진찍기는 대단한 모습을 찍어서 남한테 자랑하려고 하는 일이 아닙니다. 사진찍기는 내가 가장 사랑할 삶을 깨달아 즐겁게 노래할 수 있는 이야기를 사진기를 빌어서 나타내거나 나누는 놀이입니다. 4347.9.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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