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라고 하는 나라에서 임금 자리를 지킨 이들 이야기를 더러 책으로 엮기도 하지만, 몇 사람을 빼놓고는 거의 이야기가 없다고 할 만하다. 이와 달리, 임금 곁에서 나랏일을 돌본 사람들 이야기는 으레 책으로 나온다. 임금 자리에 있던 사람들 이야기는 실록이든 무엇이든 발자취가 무척 많이 남았는데, 발자취만으로는 오늘날 우리들한테 딱히 들려줄 수 있는 슬기라든지 넋이 드물기 때문일 테지. 《율곡 이이 평전》을 읽으면서 생각한다. 율곡 이이는 딱히 벼슬에 뜻이 없었다고 한다. 벼슬자리에 들어서서 임금한테 이런 말 저런 말 곰곰이 들려주어도 임금이 스스로 거듭나거나 깨어나지 않으면 부질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임금 스스로새로 깨어나려는 넋이 아니라면, 곁에서 훌륭하거나 아름다운 말을 들려주어도 달라질 일이 없다. 그러면 오늘날 대통령 곁에 있는 이들은 얼마나 아름답거나 훌륭한 말을 대통령한테 들려주려나. 앞으로 삼백 해나 오백 해쯤 지나서 이야기책 주인공이 될 만한 관료는 있을까 궁금하다. 우리 뒷사람이 널리 기리거나 섬길 만큼 훌륭하거나 아름답게 삶을 갈고닦은 행정관료나 정치관료가 있을는지 궁금하다. 오늘날 관료들은 선거철에만 반짝거리는 인기 연예인 노릇만 하지 싶다. 대통령도 똑같다. 4347.9.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