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뀌꽃 선물



  읍내마실을 마친 뒤 작은아이를 자리에 눕혀 재운다. 읍내에서 장만한 먹을거리를 냉장고에 넣는다. 땀에 젖은 옷을 벗어서 씻은 뒤에 빨래를 한다. 큰아이는 졸려도 잠들지 않으니 밥상을 차린다. 문득 큰아이가 “아버지, 선물이에요.” 하면서 몇 가지를 내민다. 하나는 후박나무 가랑잎, 둘은 후박나무 마른 꽃차례, 셋은 여뀌꽃.


  여뀌꽃까지 선물한 큰아이한테 “너, 이 꽃은 이름을 아니?” 하고 묻지 못했다. 마당에 잔뜩 피었으니 늘 보는 꽃일 테지만, 막상 아직까지 아이한테 꽃이름을 알려주지 못했네. 그러나 아이는 한 가지를 안다. ‘여뀌’라는 이름은 몰라도 ‘예쁜 꽃’인 줄 안다. 후박잎은 이제 잘 알 테고, 후박꽃이 피는 꽃차례도 잘 알 테지. 게다가, 후박나무 꽃차례는 나무에 달릴 적에는 새빨갛지만, 나무에서 떨어져 마당을 한참 뒹굴고 나면 밤빛으로 마르는 모습까지 알리라 본다.


  먼 옛날 어떤 사람이 ‘여뀌’라는 이름을 떠올려서 이 풀한테 붙였는지 궁금하다. 가만히 눈을 감고 먼먼 옛날을 아스라이 그려 본다. 선물 고마워. 4347.9.1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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